사료에서 발견되는 가장 충격적인 레즈비언은 세종대왕의 며느리이자 문종의 두 번째 부인인 봉씨. ‘세종실록’에 따르면 당시 궁내에는 시녀들간에 동침하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그러나 들키는 경우 엄한 처벌을 받았는데, 곤장 70대를 맞고도 계속하면 곤장 100대를 더 집행했다. 성격이 활달하고 술을 좋아했던 봉씨도 그 부류 중 한 명으로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시녀들을 처소로 마음대로 불러들이다 화를 자초했다.
사건은 평소 다른 시녀와 동침을 즐기던 ‘소정’이란 시녀를 눈여겨보아 온 봉씨가 무리하게 그녀를 처소에 들이려다 일어났다. 그 즉시 벌어진 궁궐 내 소란 사건에 대한 국문에서 봉씨의 동성애 행각은 시녀들에 의해 여지없이 드러났다. 결국 봉씨의 동성애 행각은 그녀가 친정아버지에 의해 목숨을 잃고, 친정아버지 또한 자결하는 비극적인 결말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역사상 동성애자들에게 가혹한 처벌을 내린 것은 비단 우리뿐이 아니었다. 성경에 따르면 남자끼리의 성행위를 뜻하는 남색, 즉 ‘소도미’(sodomy)는 가장 사악한 도시로 묘사된 소돔으로부터 비롯된 것이었고, 16세기 영국에서는 동성애자를 사형에 처하는 법률을 제정하기도 했다.
동성과 사랑을 나누었다는 이유로 법이 사람의 목숨을 빼았던 과거와 많은 동성애자들이 에이즈로 목숨을 잃는 현대. 동성애자에 대한 가혹한 형벌은 언제쯤 끝날 것인가.
< 곽태일/ 맨파워비뇨기과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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