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단말기의 한글자판인 ‘천지인(天地人)’방식의 특허 문제로 발명자인 전 현직 직원이 삼성전자를 제소한 것.
발명자인 삼성전자 직원 최모씨(38)는 ‘천지인’ 자판의 실제 특허권자는 자신인데도 회사가 이를 가로채 특허권 수입을 올렸다는 내용의 부당이익 반환청구소송을 지난해 11월 서울지방법원에 낸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그는 소장에서 “자신이 삼성전자로부터 받아야 할 부당이득금이 1999년 1월부터 2001년 6월까지 266억여원에 이른다며 이 가운데 10억원을 먼저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최씨는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추가 소송에 나설 예정으로 이번 특허와 관련된 총 소송 금액은 특허권이 만료되는 2015년까지 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또 공동발명자인 전 직원 유모씨(36)도 3월 삼성전자를 상대로 같은 취지의 부당이득금 일부(10억원) 반환청구소송을 낸 상태.
이들은 또 7일 “삼성전자의 특허권 양도 등 자의적인 처분을 막아달라”며 특허권처분금지 및 생산·판매 금지 가처분신청도 법원에 함께 냈다.
천지인 자판은 국내 휴대전화 이용자 중 2600만명 이상이 쓰고 있어 시장점유율이 60%를 넘는 사실상의 국내 표준. 이 자판은 모든 모음을 천(·), 지(ㅡ), 인(l) 키만으로 입력하도록 고안돼 휴대전화 한글입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허 등록은 94년 10월 최씨와 유씨가 한글 창제 원리에 착안해 공동 발명한 것을 95년 5월 삼성전자가 업무상 ‘직무발명’으로 권리를 양도받아 마쳤다.
그러나 발명자들은 자판 발명이 업무나 직무와는 무관한 ‘자유발명’임을 들어 삼성전자의 특허출원은 무효이며 부당 이득은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씨의 소송대리인인 김준효(金俊孝) 변호사는 “발명 당시 발명자들의 소속 부서는 자판 개발과는 관련이 없었다”며 “직무발명 요건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특허권 양도는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회사가 직무발명으로 특허권을 양도받아도 발명진흥법상 4개월 안에 출원할 때만 인정된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6개월 후에 특허를 출원했으므로 직무발명에 따른 특허권은 무효”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천지인 자판에 대한 삼성전자의 직무발명 특허권 행사는 정당하다”며 “차분히 소송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