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를 보면서 영화 내용과는 전혀 관계없는 것들이 더 궁금할 때가 많은데요, 돈도 그 중 하납니다. 저 돈은 진짜 돈일까, 가짜 돈이면 어떻게 만들까, 위조 지폐로 유통되지는 않을까….
일단, ‘일단 뛰어’의 소품 담당자에게 물어봤지요. 역시 영화속 100달러 뭉치는 모두 가짜 돈이었습니다. 진짜 100달러짜리를 스캔받은 뒤 인쇄소에서 찍어낸 거죠. 21억원에 해당하는 달러를 찍어내는데 든 비용은 24만원이었답니다. 하지만 인쇄소들이 다들 돈 인쇄는 꺼려해서 애로점이 많다네요.
내친김에 아는 변호사에게 전화해 물어봤지요. 영화소품용이라고 해도 위조지폐 제조에 해당하는지 궁금해서요. 그랬더니 유통시킬 목적이나 고의성이 없으면 괜찮다는군요.
그럼, 누군가 가짜 달러를 가져가서 진짜 처럼 사용할 수도 있을까요? 음. 저도 그게 궁금했는데 알아보니 그건 힘들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지폐 앞면만 보여주니까 관객은 모르지만 가짜 지폐의 뒷면에는 중간쯤 ‘영화 소품용’이라고 찍혀 있거든요. 게다가 종이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실제로 만져보면 금방 가짜 돈임을 알 수 있지요.
문제는 한국 돈이 나올 때죠. ‘일단 뛰어’에는 만원 다발이 방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 돈은 모두 진짜 돈이었다는군요! 제작비에서 만원짜리로 100만원을 가져다가 바닥에 뿌려놓고 찍은 거랍니다.
한국 돈의 경우 아무리 ‘소품용’이라고 적혀있어도 인쇄소에서 실물 크기로는 인쇄를 안해 주려고 하기 때문이죠. 법적으로도 실물보다 25% 크거나 작게 만드는 것은 괜찮아도 실물 크기와 똑같이 만들면 안된다네요.
그러면 촬영 때 쓰인 진짜 돈은 과연 나중에 다 회수가 될까요? 소품 담당자 말로는 동전이나 1000원 정도의 소액은 못 챙기는 경우가 있어도 거액은 당연히 한 장도 빠짐없이 회수한답니다.
하지만 돈다발이 나왔던 또다른 영화의 한 스태프는 웃으며 이러더군요.
“아니, 정신없는 촬영장에서 누가 그걸 일일이 챙겨요? NG 한번 나면 100만원이 90만원 되고, 또 NG 나면 90만원이 80만원 되고, 그러는 거지.”
다음에 돈다발 나오는 영화가 또 있으면 꼭 촬영장에 놀러가 봐야지∼^^;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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