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 세계 유명 인사들이 한국으로 모이고 있다. 월드컵숙박사업단인 바이롬사는 이들 VIP를 한국의 각 호텔로 안내한다.
블래터 회장을 포함한 FIFA 집행위원 25명은 모두 신라호텔에 묵는다. 반면 FIFA의 핵심 실무진은 그랜드하얏트호텔에 FIFA 본부를 차렸다.
이 차이는 두 호텔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00% 국내자본인 신라호텔과 100% 외국자본으로 운영되는 그랜드하얏트호텔. 두 호텔은 고객유치, 영업방식, 인테리어, 식당 등 여러 면에서 다르다.
▽신라, 가장 한국적인 호텔〓들어가는 길이 마치 고궁을 찾아가는 듯하다. 정문에는 옛 경희궁의 출입문이었던 ‘흥화문’이 서 있다. 부속 건물들도 대부분 고풍스러운 기와 문양으로 장식돼 있다. 호텔 로비에서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도우미가 고개 숙여 인사한다.
신라호텔의 컨셉트는 ‘한국의 멋을 느낄 수 있는 비즈니스 호텔’이다. 로고는 무궁화.
정부는 1973년 외국 국빈이 묵던 ‘영빈관’을 민간에 매각했다.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영빈관을 사들인 후 외국 국빈들이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는 호텔을 지었다. 영빈관은 지금도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연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신라호텔은 국내 자본으로 지어지고 경영도 삼성이 독자적으로 하다보니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토종 호텔이 됐다. 이에 따라 호텔 인테리어와 분위기에 한국 색채를 짙게 입히는 것이 가능했다.
홍콩의 ‘아시아머니’지는 올해 3월 신라호텔을 ‘아시아 6대 호텔’ 중 하나로 꼽았고, 미국의 시사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는 15년간 신라호텔을 세계 80대 호텔에 포함시켰다.
▽그랜드하얏트, 비즈니스맨의 천국〓서울 남산 중턱에 자리잡은 그랜드하얏트호텔은 높은 천장과 짙은 브라운 색조의 벽면이 눈에 띈다. 이는 전세계 200여개 하얏트호텔의 공통 컨셉트. 이곳은 철저하게 외국 비즈니스맨을 위한 호텔이다. 아예 한식당이 없을 정도.
직원들이 투숙객에게 인사할 때도 가벼운 목례나 눈인사를 하라고 주문한다. 외국인들은 허리가 90도로 꺾이는 정중한 인사를 받으면 오히려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
본사가 미국 시카고에 있는 그랜드하얏트호텔은 1978년 한국에 진출했다. 200여개 해외 지사는 철저하게 본사의 경영방침을 따른다. 세계 어느 하얏트호텔에 가더라도 같은 인테리어에 정형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즈니스맨에게 편안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다.
한국의 그랜드하얏트호텔은 하얏트 본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직접 경영까지 하는 완벽한 외국 호텔이다.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지난해 홍콩의 ‘비즈니스 트래블러’지가 최상급 비즈니스호텔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서로 다른 느낌, 서로 다른 서비스〓신라호텔은 한국의 정(靜)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 업계 최초로 비즈니스 고객 전용층(Executive Floor)을 만들고 최근에는 블룸버그 위성통신 시스템까지 갖춘 비즈니스 호텔이지만 곳곳에 한국적 감각이 스며 있다. 신라호텔 객실은 창호문으로 돼 있다. 최고급 스위트룸도 기본 시설은 서양식이지만, 화병 장식품 문갑 등 인테리어는 한국 고유의 방식을 채택했다.
호텔 안에 나이트클럽을 운영하지만 소규모이다. 대신 음료를 마시는 바나 커피숍에 치중해 40∼50대 외국 상류층을 잡는 데 주력한다.
최신식 시설을 갖추되 한국적 색채가 물씬 풍겨나는 호텔. 외국인 고객들은 이 매력에 빠져 한국에 오면 다시 신라호텔을 찾는다고 한다. 신라호텔 전체 고객 가운데 단골고객의 비중은 40% 선.
반면 그랜드하얏트호텔은 매우 동(動)적인 호텔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가장 잘 돼 있는 호텔이기도 하다. 나이트클럽인 ‘JJ마호니스’에는 매일 20∼30대 비즈니스맨들이 몰려든다. 주말에는 바에 서있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빈다. JJ마호니스는 한국인에게도 큰 인기다.
겨울이면 실외수영장은 야외 아이스링크로 변한다. 주변을 은은한 조명으로 꾸미면 호텔은 거대한 놀이공원이 된다. 새벽 일찍이나 밤늦게까지 일하는 비즈니스맨들을 위해 뷔페식당 ‘테라스’는 오전 6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2시까지 영업한다.
일할 때는 확실하게, 놀 때는 화끈하게. 프로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곳이 바로 그랜드하얏트호텔이다.
매년 최고의 비즈니스호텔을 선정하는 영국의 ‘유로머니’지는 올해 한국의 최고 비즈니스 호텔을 발표했다. 1위는 신라호텔, 2위는 그랜드하얏트호텔. 지난해에는 반대 순위였다.
비록 서로 다른 컨셉트와 이미지를 갖고 있어도 두 호텔 모두 한국 최고급 비즈니스호텔로 꼽힌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지난해 신라와 그랜드하얏트를 방문한 주요 고객 | |
신라호텔 |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모리 요시로(일본 전 총리), 윌리엄 코언(미국 전 국방장관), 앨빈 토플러(미국 미래학자), 로버트 루빈(씨티그룹 회장), 제프리 이멜트(GE 회장) |
그랜드하얏트호텔 | 칼리 피오리나(휴렛팩커드 CEO), 톰 크루즈(미국 영화배우), 브루스 윌리스(미국 영화배우), 앤드루 앨버트 크리스티안 에드워드(이상 영국 왕자), 페르난도 레자마(화장품 방문판매업체 에이본 아시아·태평양지역 사장), 제프 블래터(FIFA 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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