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과 베니스, 그리고 베를린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의 ‘단골 손님’인 로치는 문제의식을 갖고 노동자들의 고단한 삶을 주로 그려왔다. 올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인 ‘스위트 식스틴’ 역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한 소년을 통해 사회제도 속에서 좌절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빈민층 소년의 암울한 현실을 다뤘다. 제목 ‘달콤한 열여섯 살’은 이런 모습을 역설적으로 드러낸 것.
로치 감독은 시사회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왜 늘 정치적 사회적 문제의식을 담은 영화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한 개인은 반드시 사회적 맥락 속에서만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개인은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환경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전문배우를 즐겨 캐스팅해 온 그는 ‘스위트 식스틴’ 제작과정에서도 수백명의 10대 청소년을 인터뷰한 끝에 글래스고 출신의 고교생 3명을 주인공으로 뽑았다. 그는 “비전문배우는 관객들이 배우와 영화 속 캐릭터를 같은 눈높이에서 볼 수 있게 한다”며 “이미 ‘상품’으로 비치는 스타나 기성 배우는 이런 장점이 없다”고 말했다. 로치 감독은 제작비를 조달하지 못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영화를 찍어왔으며 ‘숨겨진 비망록’(1990) ‘레이닝 스톤’(1993)이 각각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칸〓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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