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국 응원문화/스페인]클럽단위 서포터즈 열기 대단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40분


’비바 에스파냐’주한스페인인들이 국기 앞에서 월드컵기간 중 고국팀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원대연기자
’비바 에스파냐’주한스페인인들이 국기 앞에서 월드컵기간 중 고국팀 선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원대연기자
세계 4대 프로축구리그의 하나인 ‘프리메라리가’가 열리는 나라. 세계 최고스타인 지네딘 지단(프랑스)과 루이스 피구(포루투갈)가 선수생활의 황금기를 보내기위해 택한 나라. 바로 스페인이다.

4월 24일 마드리드 인근 알칼라드헤나레스대학에서 후안 카를로스 스페인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스페인어권의 노벨문학상이라고 불리는 ‘세르반테스 문학상’ 수상식이 있었다.

그런데 마침 수상식 시간이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전과 겹쳤다. 결국 국왕과 시상식에 참석하는 고위인사들이 이 경기를 놓칠 수 없다고 해 수상식이 경기시간 전으로 앞당겨지기도 했다. 스페인에서 A매치(국가대항전)보다 더 인기있는 빅이벤트가 바로 ‘영원한 라이벌’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격돌.

“평소에도 축구에 관심이 많지만 두팀이 맞붙으면 정말 거리가 텅텅 비어요.” 주한 스페인대사관 경제상무부에 근무하는 ‘골수’ 여성축구팬 산드라 코르데로(30)의 말이다.

한국에 온 지 1년이 된 코르데로는 본국 고향인 오비에도의 팬클럽 회원. 경기가 열릴 때면 친구들과 함께 축구장을 찾아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응원했단다. 한국에 온 뒤 가장 아쉬운 부문이 축구장에서 스트레스를 풀 수 없다는 것.

요즘 코르데로는 신이 났다. ‘운좋게’ 근무지인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려 고국팀을 응원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됐기 때문. 코드데로는 한국에 온지 4개월밖에 안된 사무실 동료 훌리아 크리아도(29)와 함께 한국에 머물고 있는 스페인사람들을 수소문해 단체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 있는 스페인인은 180여명. 두 ‘여전사’가 발로 뛴 덕에 6월2일 광주에서 열리는 스페인-슬로베니아전에 응원갈 40여명을 확보했다. 원정군도 있다.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지에 있는 경제상무부 직원들도 스페인경기에 맞춰 한국을 찾기로 한 것.

이미 함께 타고갈 버스도 대절해놨고 스페인국기를 본딴 빨강과 노랑색의 유니폼도 주문해두고 18일에는 서울 한남동 한 교민집에 모여 손발을 맞춰보기도 했다.

응원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세계 공통이 된 페이스 페인팅은 당연히 기본. 구호도 여러 가지를 하지 않고 ‘올레 올레’와 ‘에스파냐 에스파냐’ 정도로 통일했다고.

스페인에는 한국의 ‘붉은 악마’같은 응원단은 없다. 하지만 각 클럽 서포터즈의 열기는 대단하다고.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메렝게라는 크림을 연상하는 흰색, FC바르셀로나는 파랑과 적포도주색이 섞인 유니폼을 서포터즈들이 입고 다름대로의 클럽가를 고래고래 지르며 부른다.

스페인 축구응원의 독특한 면은 서포터즈 모집, 단체 응원 등이 모두 바(선술집)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것. 경기장에 가지 못할 경우 보통 오후 5시에 열리는 축구경기를 TV중계로 보기위해 바를 찾고 거기서 얘기하다보면 친구도 생기고 서포터즈가 되기도 한단다.

전 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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