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 타임스(FT)는 27일 이란의 중앙은행 관리들의 말을 인용, 이란이 유로시장에서 5억유로(5900억원 상당)어치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국가 중 하나로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은행들은 이란 채권 발행의 주간사가 되기 위해 10곳이나 입찰에 참여했다.
이 중에서 BNP 파리바스와 코메르즈방크 두 곳이 공동주간사로 선정됐다. 영국의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이란의 장기신용등급을 B+로 평가했다. 이란은 지난해 52억6000만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 재정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이란은 이번 국채 발행이 성공할 경우 이란에 대한 국제 자본시장의 기준금리가 설정되기 때문에 이란의 석유와 석유화학 국영기업도 채권을 발행할 수 있게 돼 본격적인 외자도입이 가능해진다.
이번 결정은 97년 대통령 당선 이후 개혁 노선을 추구해온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경제분야에서 첫 개방의 결실을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이슬람 율법은 고리대금업을 금하고 있으며 외채조달에 따른 이자지급도 율법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채 발행은 오랜 논란거리였으나 중앙은행이 종교지도자들의 승인을 받아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이란 중앙은행은 3월에도 이중 환율제를 폐지하고 제한된 범위 내에서 변동환율제를 도입, 대외개방 채비를 갖추고 있다. 1달러 대비 이란의 리얄화는 7930선에 안정돼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개혁노선을 둘러싼 개혁·온건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이란의 사법부는 최근 하타미 행정부가 미국과의 대화 움직임을 보이자 언론이 미국과의 대화를 촉구할 경우 범죄행위로 다스리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사법부는 또 최근 이란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시아마크 포우르잔드(72)를 비밀재판에서 10년형에 처했다.
이란 행정부는 국민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4년 임기)의 지휘를 받지만 사법부는 종교지도자들이 89년에 선출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카메네이의 지휘를 받고 있다. 최고지도자는 종신직이어서 최종적인 권한은 최고지도자에 있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도 개혁파가 170석으로 보수파의 45석을 압도하고 있지만 최고지도자를 따르는 보수파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 달에만 두 차례 연설을 통해 보수파들이 ‘이슬람 독재’를 강요할 경우 사임하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혼선을 보임에 따라 미국과 유럽의 이란에 대한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6일 사설에서 “서방세계는 이란의 개혁파들이 패배하고 있는 현실에 반드시 대응해야 한다”며 강경 대응을 주문한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강경노선은 하타미 대통령의 입지를 오히려 축소시킬 것”이라며 유연한 대응을 촉구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이란의 주요 경제지표 ※기준연도 2000년(실업률은 99년) | |
국내총생산 (구매력기준) | 4130억달러 |
1인당 국내총생산 (구매력기준) | 6300달러 |
실질경제성장률 | 3% |
수출 | 250억달러 (85%가 석유) |
수입 | 150억달러 |
물가상승률 | 16% |
실업률 | 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