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프랑스대사관의 월드컵담당관 앙드레 조베르씨(60·프랑스문화원장)는 “프랑스가 한국에서 경기하는 것은 한국인들에게 행운”이라고 말했다. 같은 유럽이라도 영국이나 스페인과는 달리 프랑스인들은 ‘축구를 그 자체로 즐길줄 안다’는 것이 그 이유.
조베르씨의 자랑은 이어진다. 98월드컵 우승으로 전 세계에 ‘예술축구’붐을 일으킨 프랑스대표팀처럼 프랑스인들의 응원도 예술적이라는 것.
그가 설명하는 프랑스의 응원분위기는 한마디로 ‘한 팀은 그라운드에서, 또 한팀은 관중석에서 싸운다’는 표현이 적절할 만큼 자국팀이나 홈팀에 대한 팬의 후원열기가 대단하다고.
관중들은 홈팀 선수들의 기를 살리고 원정팀에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을 주는 것이 자신들의 역할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닫고 있다. 당연히 경기장 열기는 초반부터 달아오른다.
프랑스대표팀 경기에서 가장 이색적인 것은 승리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벌이는 ‘수탉의 그라운드 순례’. 이는 관중들이 프랑스를 상징하는 동물인 수탉을 경기시작전 그라운드에 풀어놓는 것이다. 수탉이 그라운드에 뛰어들면 안전요원들과 숨바꼭질을 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지만 수탉이 잘 달아나면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는다.
프랑스의 응원은 구호가 다양하지는 않지만 아주 짧은 것이 특징.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프랑스대표팀의 푸른색 유니폼(레 블뢰·Les Bleus)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알레 레 블뢰’. 또 골을 원하거나 골이 터졌을때는 관중들이 일제히 일어나 두 손을 들고 ‘뷰트’(but·골)를 외친다.
프랑스의 응원은 또 무척 시끄럽다. 경기전에는 자국팀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 경기중에는 응원단끼리 서로 동질감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서로 큰 소리를 지르며 축제분위기를 이어 간다. 특히 심판 판정에 불만이 있을 경우 손나팔로 일제히 야유를 퍼붓는 것은 당연지사.
응원에는 북이나 나팔이 동원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맨손에 함성으로 응원한다. “큰 소리로 응원하면 아드레날린이 많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조베르씨의 설명.
조베르씨는 어릴 때 고향팀의 주니어 축구선수로 활약했고 군에서도 축구선수로 뛴 인연으로 모로코-튀니지-루마니아-터키등 각국을 돌며 근무할때 각국의 축구경기를 빼놓지 않았고 관람하는 열성을 보였다. 지난해 한국 부임이후에는 TV를 통해 한국의 프로축구도 틈나는 대로 보고 있다. 이들 국가중 터키의 축구열기가 가장 뜨겁고 한국은 관중들이 상당히 잘 조직돼 있고 열정적으로 응원한다는 것이 그의 평가.
월드컵 기간중 6000∼7000명의 프랑스인들이 방한할 것이라고 밝힌 조베르씨는 “축구경기는 골이 터질때의 감동을 함께 나누는 페스티벌이자 준비과정을 포함한 전체 일정이 축제”라며 “휼륭한 응원으로 한국과 프랑스가 결승에서 만나기를 기원하다”고 말했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