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전진우 논설위원]함께 가실까요

  • 입력 2002년 5월 30일 18시 51분


작년 12월 1일 월드컵축구 조 추첨이 끝났을 때 한국과 일본의 16강 진출 예상은 ‘일본 맑음, 한국 흐림’이었다. 폴란드와 미국도 버거운 판에 포르투갈이라니. 아무리 공이 둥글고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있다고 해도 한국의 16강 진출은 이번에도 꿈으로 끝나는구나. 못내 아쉽지만 그렇게 인정하는 것이 냉정한 판단인 듯했다. 반면에 이미 세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일본축구는 튀니지야 쉽게 꺾을 것이고 벨기에 러시아도 해볼 만한 상대다. 어, 이거 큰일났네. 공동개최를 한 마당에 일본은 16강, 아니 8강까지 올라가고 한국은 탈락하면 공연히 남의 잔치에 들러리나 서는 꼴이 아닌가.

그랬는데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근 평가전에서 한국이 잉글랜드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하면서 이제는 한국에서 16강이 뭐냐, 8강까지 가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일본의 흐름은 거꾸로인 듯싶다. 요즘 몇 차례 경기 결과가 신통치 않아서다.

하지만 평가전은 평가전일 뿐이다. 본무대 경기는 질적이나 정신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선수들이 느끼는 첫 승리의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다. 압박감은 가슴이 터질 듯한 긴장과 두 다리가 허공에 뜨는 듯한 흥분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경험은 적고 열정은 강한 젊은 선수일수록 그러기 쉽다. 베테랑인 한국의 홍명보와 황선홍, 일본의 나카타 히데토시와 나카야마 마사시 선수는 이들 젊은 선수의 등을 두드려가며 집중력을 높여야 한다. 그러면 한국과 일본은 16강에 진출할 수 있다. 두 나라 축구 모두 이제 그 정도 수준에는 올랐다. 16강에 함께 가실까요. 멋진 초대다.

전진우 논설위원 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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