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 속출을 예고한 프랑스-세네갈 개막전의 종합 시청률은 61.5%(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각각 오전3시와 오후11시에 열렸던 94년 미국 월드컵(12.7%)과 98년 프랑스 월드컵(31.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국가대표 평가전 때부터 시작된 3사 간 시청률 경쟁에서는 KBS1이 23.7%(이하 TNS미디어코리아 기준)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MBC는 19.5%, SBS는 10.0%로 MBC가 SBS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며 양강 체제를 구축했던 평가전 때와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닐슨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는 MBC(23.8%)가 KBS1을 0.6%포인트를 제쳐 1위를 기록했지만, 두 시청률 조사기관의 조사 결과를 합하면 KBS1이 종합 1위였다. 인터넷에 '중계 어록'을 만들고 있는 송재익-신문선 콤비의 SBS는 음향 송출과정에서 종종 심한 잡음이 발생한 탓에 예상 외로 부진했다는 분석이다.
방송 3사 모두 FIFA 산하 주관방송사(HBS)가 제작하는 영상 신호를 받아 중계하는 만큼 방송사의 '중계 대전'은 캐스터의 입심 외에 컴퓨터그래픽 등 '화면 포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MBC는 해설자가 화면에 그려진 선수의 얼굴을 '터치 스크린' 방식으로 가리키며 전략 과 움직임을 소개하는 '사커 스크린'을 들고 나왔다. KBS SBS는 선수들을 컴퓨터 축구 게임 인 '유로 2000' 속의 캐릭터처럼 처리해 득점 과정 등을 재연했다.
이와 함께 3사는 자사 캐스터 외 특별 해설자 초빙 경쟁을 벌였지만 일단 효과는 그리 크지않았다는 평이다.
탤런트 최수종(KBS1), 포르투갈의 축구 영웅 에우세비오(SBS), 왕년의 스포츠 아나운서 임택근 이광재(MBC 라디오), 탤런트 박철(SBS라디오) 등이 개막식 중계에 투입됐지만 중계 참여도는 극히 낮았다. 특히 SBS가 공개를 꺼릴만큼 많은 돈을 들여 영입한 에우세비오는"세네갈이 이기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등의 '평균적'인 해설을 쏟아냈다. 최수종을 제외한 특별 해설자는 한국전 예선 경기에 참여할 계획. 특히 SBS는 '축구 황제' 펠레를 4일 한국-폴란드 전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방송 3사는 TV 외의 매체를 통한 중계에도 나섰다. KBS는 철도청과 함께 월드컵 기간 중 운행되는 새마을호 열차에 64 경기를 위성으로 볼 수 있는 모니터를 설치했고, MBC는 지하철 3호선 수서-지축 구간 운행차량 48대 중 17대에 모니터를 설치해 46경기를 생중계한다.
한편 주관방송사(HBS)가 선보인 화면은 HBS가 처음 중계를 전담한 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보다 진일보했다는 평. 개막전 등 주요 9개 경기에 설치되는 23개의 카메라 중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잡아내는 슬로모션 카메라는 9대. 특히 이중 근육의 떨림까지 잡아낸다는 슈퍼 슬로모션 카메라는 98년의 2대에서 6대로 늘어났다. 개막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세네갈 파프 부바 디오프의 왼발은 이 슈퍼 슬로모션 카메라가 잡아낸 것이다.
또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는 카메라가 잡는 화면을 통해 해설자는 각 팀의 위치 변화 등을 보다 쉽게 조망할 수 있게 됐다. KBS 허정무 해설위원은 "특히 득점 장면을 좌 우 정면으로 다양하게 잡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승헌-김수경기자>ddr@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