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525만명의 북유럽 소국 덴마크의 월드컵 역사는 길지 않다. 그러나 월드컵 성적만을 놓고 보면 덴마크만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팀도 드물다. 데뷔무대인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뒤 두 번째 출전한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다. 92년 유럽선수권 우승은 월드컵 돌풍을 앞둔 예고편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4강을 정조준하고 있는 덴마크가 1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조 우루과이전에서 욘 달 토마손(폐예노르트 로테르담)이 선제골과 결승골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활약을 앞세워 2-1로 승리하며 자신들의 장담이 결코 헛말이 아님을 입증했다.
덴마크는 이날 승리로 나란히 1승을 챙긴 세네갈을 다득점에서 앞서며 A조 선두에 올랐고 토마손은 득점 선두에 나서는 겹경사를 맞았다.
반면 역대 월드컵 2회 우승이라는 관록에도 불구하고 74년 독일월드컵 이후 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3개 대회 11경기에서 단 1승(90년 이탈리아월드컵 한국전 1-0승)만을 챙기는 데 그쳤던 우루과이는 이날 패배로 월드컵 승리의 갈증을 해소하는 데 실패하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주전 대부분이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등 빅리그에서 뛰고 있는 덴마크의 조직력을 앞세운 탄탄한 공격은 개인기에 의존한 우루과이를 압도했다.
전반 2분 단독 찬스를 맞은 토마손의 대포알 강슛으로 공격의 포문을 연 덴마크는 12분 에베 산의 헤딩슛이 골포스트를 맞고 골라인 아웃되며 절호의 찬스를 놓쳤다. 반발력이 우수한 공인구 피버노바만 아니었다면 골로 연결됐을 상황.
덴마크가 우루과이의 골문을 연 것은 전반 종료 직전인 45분. 스티 퇴프팅이 하프라인을 넘어서자마자 예스페르 그뢴키에르에게 패스했고 그뢴키에르가 골대 왼쪽으로 찔러 준 공을 토마손이 그대로 오른발로 논스톱 슛해 첫 골을 기록했다.
우루과이의 반격은 즉각적이었다. 전반 내내 알바로 레코바-다리오 실바 투톱을 앞세워 덴마크 골문을 위협하던 우루과이는 후반 2분 코너킥 찬스에서 덴마크 수비수 몸에 맞고 튀어나온 공을 파블로 가르시아로부터 넘겨받은 수비수 다리오 로드리게스가 왼쪽 페널티지역 앞에서 그림 같은 왼발 발리슛을 성공시키며 동점을 만든 것.
그러나 승부를 결정지은 마무리 골은 덴마크의 차지였다. 후반 38분 마르틴 예르겐센이 왼쪽 코너지역에서 문전으로 띄운 공을 토마손이 우루과이 수비수들 사이에서 뛰어 오르며 헤딩슛 한 것이 골망을 흔들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이날 E조 경기가 열린 삿포로에서는 ‘전차군단’ 독일이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대파했고 미로슬라프 클로제(24)는 이번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클로제는 전반 20분과 25분 연이어 발락의 왼쪽 센터링을 정확히 머리에 맞혀 1, 2호 골을 넣은 뒤 후반 24분 페널티지역 오른쪽을 파고든 슈나이더의 센터링을 또 한번 헤딩골로 연결해 팀의 5호골을 뽑아냈다. 클로제는 전반 인저리타임때도 재치있는 뒷발 패스로 얀커의 팀 4호골을 합작, 이날 3골 1도움을 기록했다.
폴란드 태생으로 9세때 독일로 이주한 클로제는각각 축구와 핸드볼 프로 선수로 명성을 떨치던 부모의 피를 물려받은 타고난 킬러. 이중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발탁을 두고 지난해 독일 루디 D러 감독과 폴란드 예지 엥겔 감독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으나 클로제는 “축구만큼은 독일이 조국”이라며 D러 감독의 손을 들어줬다.
울산〓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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