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와중에 ‘경기력과 섹스의 함수관계’가 화제란다.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한 프랑스 선수단이 아내와 애인을 서울에 동반했다고 해서 시작된 논쟁이다. 로베르 와세주 벨기에팀 감독은 프랑스팀의 ‘성 개방’ 조치를 ‘벌레들의 성생활’에 비유하며 자국 선수단에 섹스금지령을 내렸다고 한다. 이탈리아 브라질의 대표팀 감독도 월드컵 기간 중 ‘금욕’을 지시했다. 그런가 하면 프랑스는 물론 폴란드와 미국 포르투갈 등 우리나라와 같은 조에 속한 나라의 대표팀은 성 개방 쪽을 선택하고 있다.
▷경기력과 섹스의 함수관계에 대해 의학적으로 딱 부러진 정답은 없다고 한다. 성 개방을 지지하는 쪽은 ‘섹스는 훌륭한 예비운동’이라고 주장한다. “섹스를 통해 발생하는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공격적인 성향을 이끌어내 더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반면 금욕주의자들은 섹스가 집중력을 떨어뜨리고 혈압과 심박 수가 최고치까지 오르는 고강도 운동이므로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성관계 다음 날 골프 라운딩을 나갔다가 다리가 후들거려 제대로 된 스윙 한번 못했다는 사례도 흔히 제시된다.
▷중요한 것은 선수가 경기 전에 체력상태와 심리적 안정 등 기본 패턴을 유지하는 것일 터. 여기에 섹스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예컨대 기혼 선수가 경기 전 아내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는다면 ‘사랑의 묘약’은 보약이 될 것이다. 반면 미혼 선수가 무절제한 생활에 탐닉하게 되면 그게 바로 독약이 아니겠는가. 마침 우리나라 대표팀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성 개방론자 쪽의 입장에 가깝다고 하니 우리 팀 기혼 선수들은 보약성 사랑의 묘약으로 16강 진출의 힘을 내기를 기대한다.
송문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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