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의 얼굴엔 비장함이 가득했다. 폴란드와의 결전을 하루 앞둔 3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 훈련.
훈련 내용은 여느 때와 같은 가벼운 컨디션조절이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패스게임에 참여해 익살스러운 행동을 취하기도 했지만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마치 전쟁을 바로 앞에 둔 전사들처럼 묵묵히 볼만 찼다.
대표팀 최고참 황선홍은 “첫 경기에 16강이 달렸다. 폴란드전에서 진다면 나머지 경기에서 고생할 것이다”며 폴란드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황선홍은 “선수들 모두가 그동안 고생하며 하나가 됐다. 훈련도 많이 했고 정신자세도 확고하다. 이제 국민에게 승리란 기쁨을 선사할 일만 남았다.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골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는 “긴장되는 것이 사실이다. 부담도 된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모든 것을 바쳐 노력했다. 그동안 해온 대로만 플레이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홍명보는 “선수들은 국민이 뭘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도 그 이상을 원한다. 그러나 결코 흥분하지 않을 것이다. 냉정하고 침착하게 플레이해 꼭 승리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폴란드와의 D조 첫 경기를 위한 이날 마지막 담금질은 오후 6시부터 약 1시간반 동안 진행됐다. 가볍게 몸을 풀고 3개조가 벌이는 패스게임을 한 뒤 황선홍과 안정환 박지성 등이 설기현과 차두리가 좌우에서 올려주거나 히딩크 감독과 박항서 코치가 중앙미드필드에서 주는 볼을 슈팅으로 연결하는 훈련을 했다. 미드필더와 수비수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볼 뺏기 게임’을 반복했다
부산〓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