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머더 바이 넘버', "나 잡아봐라" 당돌한 살인유희

  • 입력 2002년 6월 4일 16시 25분


영화 ‘머더 바이 넘버’는 샌드라 불럭 주연의 범죄 스릴러. 이 작품이 제시하는 ‘게임의 법칙’은 통상적인 스릴러에서 약간 벗어나 있다.

도대체 누가 범인일까? 이같은 궁금증에 대해 대부분의 스릴러는 초반 누군가의 ‘팔뚝’만 보여주면서 변수(變數)까지 보태 범인의 정체를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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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머더…’는 처음부터 “살인과 자살이야말로 완벽한 자유”라고 주장하는 두 고교생이 범인임을 내놓고 드러낸다. 이를 테면 ‘나 범인인데, 잡아보라’는 식이다.

초점은 완전 범죄를 꿈꾸는 범인과 이를 추적하는 여형사의 치열한 두뇌게임에 맞춰져 있다.

영화는 곧 무너질 것 같은 낡은 산장에서 두 고교생이 총구를 서로의 머리에 겨누고 있는 인상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해안가의 작은 마을에서 한 여성이 목졸린 채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일부에서는 현장에 남겨진 단서를 분석해 성도착자의 우발적 살인으로 단정하지만 강력계 여형사 캐시(샌드라 불럭)는 의혹을 갖는다. 캐시는 현장에 남겨진 발자국을 단서로 부유층 집안의 아들 리처드(라이언 고슬링)와 사색적이고 법의학에 관심이 많은 저스틴(마이클 피트)에게 혐의를 둔다.

요즘 스릴러의 유행은 여성에게 미스터리의 ‘열쇠’를 주는 것이다. ‘양들의 침묵’ ‘파고’ 등 여성 수사관이 등장하는 작품과 마찬가지로 ‘머더…’도 캐시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영화는 범인들과 캐시의 두뇌 게임을 기둥 줄거리로, 첫 결혼 생활에서 당한 끔찍한 폭행의 기억으로 고통받는 캐시의 개인사를 또다른 축으로 다뤘다.

하지만 ‘머더…’는 기존의 도식적인 스릴러에 비해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영리하거나 무서운’ 영화는 아니다.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공포 지수’도 떨어지고 두뇌게임의 난이도도 높지 않다.

스릴러 팬이라면 영화를 보면서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는 게 그럴싸한 반전(反轉). 그래도 ‘머더…’는 첫 장면과 연결되는 절벽의 마지막 반전으로 별 반개(☆)는 더 받을 법하다.

1994년 키아누 리브스와 주연한 ‘스피드’로 스타덤에 오른 불럭은 평균 수준의 연기에 그쳤다. 이에 비해 2001년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더 빌리버(The Believer)’로 호평받은 리처드역의 라이언 고슬링이 개성적인 연기를 보였다.

‘위험한 독신녀’ ‘비포 앤 애프터’ ‘이중노출’, 90년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작 ‘행운의 반전’ 등을 감독한 바벳 슈로더 연출.

6일 개봉. 18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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