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서적은 4일 아침부터 ‘공사 중’ 안내문을 내걸고 셔터를 내린 채 영업을 중단한 상태. 종로서적의 인터넷 영업을 대행하고 있는 인터넷 서점 ‘북새통(www.booksetong.com)’측은 ‘오프라인 종로서적과 협력관계만을 띤 별도 법인이므로 인터넷을 통한 도서 주문 및 배달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종로서적은 1907년 예수교서회가 목조 기와집을 구입, 기독교 서적 출판 판매를 시작한 뒤 교문서관 종로서관 등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영업하다 63년 종로서적센터로 개칭하면서 서울의 대표서점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이후 교보 영풍문고 등 서울 도심의 현대식 대형 서점 및 인터넷 서점과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특히 주차장이 부족해 자동차를 가진 손님들이 이웃의 교보문고 등으로 발길을 돌리면서 매출이 줄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점측은 매출액 감소 등으로 인한 경영 악화를 직원들의 임금을 깎는 식으로 해결하려다 노사 분규가 1년 이상 계속 되면서 영업도 급속히 위축됐다. 한때 300여명에 달했던 직원도 5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해에는 매각을 위해 본격적으로 인수자를 물색했으나 여의치 않았다는 후문. 최근엔 종로타워빌딩측에서 종로서적과 손잡고 서점을 유치하겠다는 제의를 해왔으나 종로서적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5월 초에는 의류업체 M사와 매각을 위한 가계약을 체결했으나 경영 악화가 계속 심화되자 M사측이 3억원의 계약금과 함께 인수를 포기하기도 했다.
종로서적의 부도에 따른 출판계의 파장에 대해서는 업계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 출판관계자는 “종로서적에 책값을 물린 서적 도매상 등의 연쇄 도산 사태가 벌어질 경우 출판사들이 입게 될 피해액은 최소 수십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종로서적 부도설이 돌면서 도매상과 출판사들이 미리 대비해왔기 때문에 파장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전체 도서유통시장에서 종로서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으로 4일 현재 종로서적이 발행한 도서대금 어음은 총 6억여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출판계와 문화계에서는 한국 서점계의 상징적 존재인 이 서점이 문을 닫는 사태만은 막아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설가 한말숙씨는 “한 시대 지성의 터전이자 상징이었던 만큼 다시 회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출판유통 관련자도 “종로서점 회생을 위한 문화인 시민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