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년 만에 월드컵에 출전한 터키 축구팀이 강적 브라질을 맞아 전반에 선취골을 터뜨리자 함성이 수도 앙카라 시내를 흔들었다고 한국 교민들이 전한다. 그러나 호나우두가 동점 골을 터뜨리고 이어 페널티킥으로 역전패 당하자 터키인 중에는 한국 교민들에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경기 중 퇴장 당한 2명의 선수는 코스타리카전에 출전할 수 없어 터키팀의 전력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경기가 끝난 뒤 터키 응원단에서는 계속 야유가 터져 나왔고 선수들도 김영주 심판을 붙잡고 항의를 했다. 그러나 공정하고 정확해야 하는 심판의 판정에 우리나라와 터키의 혈맹관계가 고려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경기 종료 직전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 히바우두는 코너킥을 준비하다가 터키선수 하칸윈살이 찬 볼에 무릎을 맞자 갑자기 얼굴을 감싸고 쓰러져 옐로 카드를 유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할리우드 액션을 한 히바우두에게 출장금지와 벌금을 부과할지를 검토할 예정이다. 히바우두도 “무릎을 맞은 것이 사실이고 과장된 행동을 한 것은 미안하지만 그 정도는 흔한 일”이라며 할리우드 액션을 인정했다. 경기장에서 히바우두에게도 경고를 했더라면 터키 분위기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터키에 불리한 판정을 내린 심판이 한국인이다 보니 공연히 찜찜한 기분이 든다. 터키 교민회 홈페이지에는 브라질전은 잊어버리고 남은 두 경기에 전념해 꼭 이기라는 한국발 e메일이 줄을 지어 올라오고 있다. 터키사람들이 한국교민회 홈페이지에 들어올 리도 없고 한글을 알 턱도 없지만 오죽 미안한 생각이 들면 그러하겠는가 싶다. ‘유감이다. (남은 경기에서) 성공을 빈다’는 말은 터키어로 ‘웨주르딜레림. 바샤르라르’이다. 터키 사람을 만나면 ‘웨주르딜레림. 바샤르라르’라고 말하며 등이라도 두드려 주고 싶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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