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都農간 소득격차 정책실패 탓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40분


도시와 농촌간 소득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다. 농촌 자립의 차원에서나 지역간 부문간 균형발전을 위해서나 도시와 농촌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잇달아 쓰러지고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계층간 위화감이 커진 터에 도농간 소득격차의 확대는 사회적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근본적인 대응책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통계청 조사 결과 지난해 국내 농가는 평균 2390만원의 연간소득을 올렸으나 이는 도시 근로자 가구의 연평균 소득 3150만원의 75.9%에 불과하다. 1999년에 도시근로자 소득의 83.6%에 이르렀던 농가소득이 2000년에는 80.5%로 떨어지고 이제는 70%선으로 내려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도농간 소득격차가 줄어들기는커녕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 있다. 농가가 안고 있는 빚이 과거에는 주로 농기구 구입 등 농업생산을 위해 쓰였으나 최근에는 소비를 위한 차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쟁력을 잃은 상당수의 농가가 농사지을 의욕을 점점 더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농촌의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인기성 소득보상정책만으로는 도농간 소득격차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협상 타결 이후 7년여 동안 모두 57조원의 국가 예산이 농업에 투입됐다. 쌀 등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비해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되었다고 하나 농가부채만 늘어났을 뿐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선거를 앞두고 표를 겨냥한 인기성 농촌대책이 다시 기승을 부릴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농촌을 위한다면 이제는 근시안적인 미봉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빈곤층 지원과 함께 농촌이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농업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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