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호 브라질과 이탈리아, 독일이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거칠 것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반면 신흥 강호 프랑스와 나이지리아, 크로아티아, 터키는 첫 경기부터 패하며 휘청거리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 이탈리아를 꼽았던 미국 스포츠전문 권위 주간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트’의 예측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고 있는 것. 이탈리아는 남미의 신흥 강호 에콰도르와의 첫 경기에서 토티-비에리로 이어지는 환상의 공격라인을 앞세워 2-0 완승을 거뒀다. 특히 이탈리아는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 과거와 크게 달라진 모습을 선보였다. 전통의 빗장수비는 그대로 유지하되 토티를 정점으로 역삼각형으로 포진한 공격라인이 막강한 화력을 뿜어내고 있는 것. 유로2000(2000유럽축구선수권) 때 수비에만 의존해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랐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돌아온 황제’ 호나우두와 히바우두를 앞세운 브라질도 대회 개막 전 팽배했던 주변의 우려를 불식하고 ‘영원한 우승후보’다운 면목을 보였다. 특히 브라질은 개인기에 의존하던 과거 스타일에 유럽의 압박과 조직력을 융합한 실리축구로 통산 5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은 사우디아라비아를 8-0으로 완파하면서 대회 최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새로 수혈한 발라크와 클로제 콤비의 고공플레이는 상대가 알면서도 당하는 비장의 무기. 지난해 우크라이나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올랐지만 강력한 파워축구로 4강 이상의 성적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프랑스월드컵 우승으로 일약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프랑스는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의외의 일격을 당한 후 도박사들이 일제히 우승확률을 낮춰 잡는 수모를 당하고 있다. 지네딘 지단의 부상 회복이 더뎌지면서 이제는 1라운드 통과도 불투명한 상태.
죽음의 F조에 속한 아프리카의 자존심 나이지리아도 아르헨티나에 0-1로 패하면서 16강 진출이 불투명해졌고 지난 대회 4강팀 크로아티아는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남미의 멕시코에 패해 이탈리아에 이은 조 2위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자국 대표 클럽팀인 갈라타사라이가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을 한 데 이어 대표팀이 유로2000 8강에 오른 데 힘입어 사상 두 번째 출전하는 이번 월드컵에서 파란을 다짐했던 터키는 브라질에 일격을 당한 후 비장한 각오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