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방곡곡 응원물결]"대~한민국" 하나된 날

  • 입력 2002년 6월 4일 18시 58분


“드디어 해냈다.”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출전 48년만에 첫 승을 올린 4일 전국 방방곡곡에는 함성과 탄성이 울려퍼졌다.

한국팀이 2 대 0으로 폴란드를 물리치자 TV와 야외 대형 전광판 등을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온 국민은 서로 얼싸안고 “파이팅 코리아”를 외치며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대형 전광판이 설치된 대구 중구 동인동 국채보상기념공원과 부근 종각 사거리에서 응원하던 3만여명의 시민은 이날 오후 10시 43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일제히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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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30여분간 자리를 뜨지 않고 전광판을 통해 방송되는 경기 주요 장면을 지켜보며 서로 부둥켜 안은 채 승리를 자축했다.

시민 김상준씨(50)는 “남은 미국과 포르투갈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16강은 물론 8강까지 진출하도록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대 규모의 화면(가로 6m, 세로 4m)이 설치된 인천 남구 관교동 문학월드컵플라자는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경기를 지켜보던 5000여명의 시민이 내지르는 함성으로 가득찼다. 또 골이 터질 때마다 10여발의 오색 폭죽이 솟아 올라 밤하늘을 장식했다.

가족과 함께 응원한 김익성씨(43·부평구 부평1동)는 “온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지 않고 승리의 기쁨을 안겨준 우리 선수들이 한 없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 만석공원 월드빌리지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앞에 모인 시민들은 경기 종료 후 10여분간 ‘붉은 악마’ 응원단 회원 500여명의 구호에 맞춰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를 번갈아 연호했다.

응원에 목이 잠긴 김상식씨(34·수원시 장안구 정자동)는 “정말로 우리 팀이 해냈다. 16강이 아니라 우승까지 해낼 수 있다”며 기쁨에 넘친 나머지 울먹였다.

2만여명이 운집해 열띤 응원을 하던 경기 성남시 분당구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는 전반 26분 분당에 사는 황선홍 선수가 첫골을 넣자 ‘황선홍 선수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서울시내 일부 음식점과 주점에서는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손님들에게 무료로 술과 안주를 제공하는 선심을 아끼지 않았다.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식당가 패밀리 레스토랑 치어스와 강남구 압구정동 훼밀리 레스토랑 삐에뜨로 등은 전반에 이어 후반에 연이어 골이 터지자 손님들에게 거푸 술잔을 돌렸다.

퇴근 후 친구와 함께 삐에뜨로를 찾았다는 정훈씨(31·서울 강남구 도곡동)는 공짜로 제공된 500㏄짜리 맥주잔을 치켜들곤 “한국팀이 이겨 너무 기분이 좋다”며 “축구는 역시 여럿이 함께 봐야 재미있는 것 같다”고 즐거워 했다.

광진구 워커힐 호텔 바 ‘시로코’와 ‘스타라이트’는 승리 후 모든 고객에게 음식 값을 일괄적으로 30% 할인해 줬다. 중구 프라자 호텔 펍 레스토랑은 한국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지배인이 ‘골든벨’을 울려 모든 손님들에게 맥주 1병씩을 나눠줬다.

프로야구의 메카인 서울 잠실야구장도 이날만큼은 3만여명의 관중이 몰려 전광판을 통해 경기를 보느라 야구가 아닌 축구 열기로 뜨겁게 달구어졌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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