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빚어졌나▼
▽원인〓무더기 공석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FIFA가 입장권 판매대행사로 선정한 바이롬사의 능력부족이다. 바이롬사의 마케팅능력 부족으로 무엇보다 해외판매가 부진했다.
바이롬사는 이번 대회 입장권 총 320만장 중 FIFA가 직접 관리하는 20만장과 한일 양국에 배정된 150만장을 제외한 150만장의 해외판매를 맡았다. 바이롬사는 ‘대외비’라며 정확한 판매량을 밝히고 있지 않지만 판매가 극히 부진했다는 증거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초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판매분도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던 2일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이바라키)과 잉글랜드-스웨덴전(사이타마)의 경우 각각 7750석과 1만979석이 빈자리로 남았다. 더 큰 문제는 미판매분을 한일 양국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아 현장판매의 마지막 기회마저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또 바이롬사는 지난달 1일부터 한일 양국 월드컵조직위가 가지고 있던 국내 판매분 잔량을 회수해 해외판매분과 통합판매하는 과정에서 판매량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여분이 있는 데도 ‘매진’으로 집계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했다.
뿐만 아니다. 바이롬사는 비현실적인 ‘입장권 실명제’를 개막직전까지 고집하는 바람에 한일 양국의 국내 판매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고 입장권 인쇄오류로 교부시기를 세차례나 연기해 양국 월드컵조직위는 큰 혼란을 겪었다.
▽피해상황〓당초 한국에서 열리는 32경기 입장권(142만2841석)이 매진될 경우 조직위 전체 수익의 40%인 2100억원의 수입이 예상됐으나 지금과 같은 공석사태가 계속된다면 경기당 평균 10억원 이상씩 수백억원의 손해가 불가피하다. 한국보다 상황이 심각한 일본 측의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빈자리가 있는 데도 입장권을 구하지 못한 축구팬들의 항의도 거세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한-일 조직위 대응▼
월드컵 입장권 문제에 대한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KOWOC)와 일본월드컵조직위원회(JAWOC)의 대응 자세가 대조적이다.
KOWOC는 입장권 판매대행사인 바이롬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반면 JAWOC는 “현재로서는 공석 사태 해결 방안이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KOWOC는 강력한 항의와 함께 바이롬사로부터 해외판매 현황 자료를 넘겨받아 남은 입장권을 인터넷과 현장 판매를 통해 소화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KOWOC는 국제축구연맹(FIFA)을 통해 바이롬사로부터 7개 경기(이미 완료된 3경기 포함)의 전산자료를 넘겨받았고 4일 한국-폴란드전에 앞서 바이롬사로부터 넘겨받은 입장권 잔여분 3000장을 현장 판매했다.
KOWOC는 나머지 자료에 대한 확인작업이 끝나는 대로 현장 판매를 계속하기로 했으며 자체적으로 인쇄를 하는 방안까지 검토, FIFA측에 통보했다. 이와 함께 나머지 25경기에 대한 잔여 입장권 관련 전산자료의 공개를 바이롬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반면 JAWOC는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해 일본 국민의 비난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일단 5일의 러시아-튀니지(고베) 독일-아일랜드(이바라키), 6일의 카메룬-사우디아라비아전(사이타마)의 남은 표는 전화신청을 받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측이 4일 부산에서 열린 한국-폴란드전의 남은 표를 즉석 판매한 것을 주요뉴스로 전하며 한국측의 순발력 있는 대응을 평가했다. 이 문제는 이날 오전 각료회의에서도 논의됐다. 이 자리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도야마 아쓰코 문부과학상에게 “확실한 대책을 세우라”고 지시했다.
KOWOC와 JAWOC의 대응이 이처럼 다른 것은 그동안 KOWOC와 JAWOC가 입장권 국내 판매를 진행하는 방법이 달랐기 때문이다. KOWOC와 JAWOC는 국내 판매분으로 각각 75만장의 입장권을 배분받아 판매해 왔는데 KOWOC가 매일 판매 현황을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한 반면 JAWOC는 상세한 판매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터졌을 때 KOWOC는 국내 판매 상황을 공개하며 바이롬사를 추궁한 반면 JAWOC는 주춤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쿄〓심규선 특파원 ksshim@donga.com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제소절차-전망▼
월드컵 경기장의 대량 공석사태와 관련해 한국월드컵조직위(KOWOC)가 손해배상소송 제기 방침을 밝힘에 따라 소송의 관할과 책임소재 등이 어떻게 정해질지 주목된다. 법조인들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입장권 판매대행사인 영국 바이롬사간의 판매계약 내용과 면책조항 등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롬사가 입장권 해외분을 다 팔지 못했을 경우 국내용으로 돌려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는지에 따라서도 결과는 달라진다.
재판관할권은 우리나라와 영국 법원에 모두 있을 수 있지만 바이롬사가 재판관할의 근거가 되는 재산이나 영업소를 국내에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영국 법원에서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FIFA가 바이롬사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감독 책임을 맡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FIFA를 상대로 FIFA 본부가 있는 스위스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바이롬사의 계약불이행 등 잘못이 확인될 경우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빈자리’로 인해 KOWOC와 한국의 국가이미지가 실추됐을 경우 위자료도 추가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이 국제소송으로 비화해 승소해도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비행기로 재판기록이 오가야 하는 국제소송 절차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바이롬사가 정식 직원이 1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업체여서 거액의 배상금을 감당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베일에 쌓인 바이롬사▼
2002한일월드컵 공석사태를 빚은 영국 바이롬(Byrom)사는 맨체스터에 본사를 둔 스포츠컨설팅회사. 86년 설립돼 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의 숙박 및 수송업무를 대행해 왔다.
2년 전 FIFA로부터 이번 대회 숙박과 입장권 판매대행권을 얻은 이 회사는 자산규모나 경영 상태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평소에는 상주 직원을 두세 명만 두다가 대행권을 얻으면 직원을 급히 채용하고 인쇄나 우송 등은 아웃소싱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이 회사가 월드컵 입장권 인쇄와 판매를 대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94미국월드컵 때는 FIFA 관계자들의 숙박만을 담당했고 98프랑스월드컵 때는 FIFA 총회에 참가한 귀빈들의 숙박을 맡았었다. 이와 관련, 바이롬사가 지난 대회까지 개최국 조직위원회에 일임됐던 입장권 판매권을 쥐게 된 것은 제프 블래터 FIFA회장의 친인척이 바이롬사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바이롬사는 이번 사태에 관해 일절 공식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키스 쿠퍼 FIFA대변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모든 경기가 매진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
경기장별 공석현황(2일) | ||||
일자 | 경기장 | 총좌석 | 공석 | 공석률(%) |
5.31 | 서울 | 6만4000 | 3500 | 5.47 |
6.1 | 울산 | 4만4000 | 1만 | 22.73 |
6.2 | 부산 | 5만3800 | 2만2800 | 42.38 |
6.2 | 광주 | 4만4000 | 1만9000 | 43.18 |
6.1 | 니가타 | 4만2300 | 8621 | 20.38 |
6.1 | 삿포로 | 4만2500 | 1만282 | 24.19 |
6.2 | 이바라키 | 4만1800 | 7750 | 18.54 |
6.2 | 사이타마 | 6만3700 | 1만979 | 17.24 |
합계 | 39만6100 | 9만2932 | 23.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