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격은 좋아도 기술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벨기에를 맞아 일본은 내용이 충실한 100% 이긴 경기를 했지만 결과는 비겼다. 일본대표팀은 월드컵대회 사상 첫 무승부를 이뤄다는 점에 일단 만족해야 할 것이다. 이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날 경기에서 일본대표팀은 전반전엔 창조력이 부족한 플레이로 일관했다. 선수들은 큰 무대에서 그것도 첫 경기인 탓인지 너무나 긴장 한 것 같았다.
일본은 후반12분 벨기에 노장공격수 마르크 빌모츠에 선취점을 내주고서야 선수들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빠른 패스와 포지션 바꾸기를 반복하며 공격을 가했다. 조금 빨리 패이스를 찾았으면 좋았으련만. 아무튼 실점한 것이 일본의 경기흐름을 바꾸게 한 결정타였다.
아쉬운 것은 이나모토 준이치가 역전골을 터트린 후반22분 이후 2대1로 앞서면서 너무 빠른 플레이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그 시점엔 공을 여유있게 돌렸어야 했다. 이탈리아와 같은 축구강국은 선취득점을 하면 상대의 초조함을 증폭시키기 위해 한숨돌리면서 유유자적으로 볼을 돌린는 점을 배워야 한다.
결국 2대1로 앞서면서도 허둥지둥대던 일본은 벨기에에 이용된 꼴이 되며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월드컵대회 경험부족과 일본의 성급한 성질 때문으로 판단된다.
월드컵에서 상대를 이기기 위해선 경기흐름을 조절하는 방법도 절실히 필요하다.
트루시에감독의 선수기용에도 문제가 있다. 선발멤버로 수비형 미드필더로는 도다 가즈유키가 아닌 후쿠니시 다카시로 예상했었다. 도다의 난폭한 테클에는 J리그(日프로축구리그)시절 나도 몇 번이나 힘든 경험을 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는 이른바 상대방 공격을 차단하는 전문 수비수로 명성을 날렸다. 한편 후쿠니시는 상대의 밀착수비에도 강한데다 패스 센스가 탁월하다. 경기를 조율해 나갈 수 있는 선수다.
그러기에 후반 22분 트루시에 감독이 스즈키를 빼고 모리시마를 넣었을 때 필자는 후쿠니시를 투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볼 키핑력이 뛰어난 그가 경기를 잘 조율하면서 승리를 지켰을 것이다. 참 아쉬운 한판이다.
<아사히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