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외국인이 들여다본 한국 ‘서울의 달인’

  • 입력 2002년 6월 7일 15시 25분


구로다 후쿠미씨(46)는 ‘서울사람보다 더 서울을 잘 아는 일본인’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그가 쓴 ‘서울의 달인’이라는 책 덕분이다. 그때까지 일본에서 구할 수 있는 서울 가이드북은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만든 조잡한 정보들로 채워져 있었다. 반면 구로다씨의 책은 일본인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꼭 가봐야 할 곳은 어디인지, 어떤 음식을 먹고, 가장 저렴하게 쇼핑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직접 발로 확인한 살아 있는 정보가 담겨 있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서울의 달인’은 94년 일본 코린샤 출판사에서 처음 나온 후 97년 개정판을 냈고,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에 맞춰 2002년 3월 완전개정판이 발매되었다.

한국어판 ‘서울의 달인’(창해 펴냄)은 ‘일본에선’이라는 팁 형태의 정보를 추가했다. 예를 들어 무교동의 ‘낙지골목’을 소개할 때 일본 관서지방 여성들이 고구마, 낙지, 호박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싣는다.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 문화를 비교할 수 있다. 또 이 책을 보면 일본인이 서울에서 경험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5대 궁궐이나 명동, 민속촌을 ‘평범한 관광지’의 하나로 소개한 반면, 서울의 전문시장과 동대문 패션상가, 목욕탕 정보는 가격까지 상세하게 담는다. 이 책을 들고 일본인의 관점에서 서울을 체험해 보는 것도 새로운 방법이다.

‘서울의 달인’과 함께 구로다씨의 자서전 ‘사랑하므니다’에서 ‘내 인생을 바꾼 서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에게 어울리는 말은 ‘서울사람보다 더 서울을 사랑하는 일본인’이 아닐까.

이토 준코씨(41)도 구로다씨 못지않은 한국통이다. 1980년 ‘광주항쟁’을 계기로 한국을 알게 돼 1990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에서 살았다. 이토씨의 ‘한국인은 좋아도 한국민족은 싫다’(개마고원)는 잠시 한국을 거쳐간 외국인들이 쓴 관찰기나 체험기와는 거리가 멀다. 맹목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한국의 고질병으로 보고, 단일민족에 대한 과도한 집착이 오히려 남북통일에 걸림돌이 된다는 뼈아픈 지적을 한다. ‘발칙한 한국학’(이끌리오)을 쓴 미국인 J. 스콧 버거슨씨의 입장과 비슷하다. 우리도 몰랐던 한국인 본래의 모습을 외국인의 시선을 빌려 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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