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그 남자가 카사노바면 어때! '연애중독'

  • 입력 2002년 6월 7일 17시 52분


연애중독/야마모토 후미오 지음/양윤옥 옮김/380쪽 8500원 창해

30대 초반의 이혼녀가 있다. 아무리 거울에 비추어 보아도 특별한 데가 없는 그저 그런 수수한 타입의 여자, 스스로 생각해도 그렇다. 그런 여자에게 어느 날 유명세를 타는 탤런트 겸업 작가가 접근한다.

상대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그의 매너에 어리둥절해 지지만, 여자는 저항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취하 듯 몸과 마음을 허락하고 만다. 알고 보니 그 남자, 학생에서 중년까지 다양한 여자를 ‘거느리고’ 사는 무책임하기 그지 없는 인간이었는데….

요즘 일본 소설, 기존의 가족관념과 가정관념을 반항하듯 정면으로 거스르는 이야기가 많다. 개인화 속의 초(超)산업사회가 기존의 가족제도만으로 모두 포용되지 않는다는 현실의 반영? 아니면 차갑고 따끔한 자극만을 좆는 세기말적 퇴행?

어쨌거나 이 책 역시 부모 몰래 요즘 10대들이 보는 일본 복제만화 만큼이나 쇼킹하다. 많은 일본제 대중문화 상품이 그렇듯, 제재의 쇼킹함을 표면의 순정만화적인 서정성으로 덮고 있다는 데 금기와도 같은 달콤한 유혹 또는 매력이 담겨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0년 ‘플라나리아’로 일본의 대표적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의 출세작.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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