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지역 예선 브라질전에서 호베르투 카를루스의 얼굴에 침을 뱉어 징계를 받는 바람에 남아공과의 첫 경기를 뛰지 못한 칠라베르트는 7일 조별리그 2차전에 첫 등장, 한풀이라도 하려는 듯 바쁘게 움직였다.
전반 10분 파라과이의 선제골도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자기 진영 중간에서 깊숙이 차 준 프리킥이 프란시스코 아르세의 슛으로 연결돼 결국 상대팀의 자책골을 엮어낸 것.
자신감을 찾은 칠라베르트는 이후 하프라인 부근의 프리킥을 도맡아 처리한 뒤 1m94, 89㎏의 거구를 이끌고 허둥지둥 문전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서너차례나 관중들에게 보여줬다.
후반 24분경 상대진영 페널티지역 바로 앞에서 얻은 프리킥을 왼발로 정확히 차 스페인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간담을 서늘케 할 때는 그의 개인통산 59번째 득점을 기대했던 카메라맨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그러나 역시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한 것일까. 후반 동점골을 허용하고 나서 공격에 나서는 일이 많아지면서 다소 판단이 흐려진 듯 스페인 프란시스코 데 페드로의 왼발 센터링을 놓쳐 두 번째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200여명의 파라과이 응원단들은 최선을 다한 뒤 쓸쓸히 경기장을 나서는 ‘괴짜 골키퍼’에게 변함 없는 박수를 보냈다.
칠라베르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튀는 행동’에 대해 “가끔씩은 (상대팀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다른 움직임을 보여야 할 때가 있다”고 간단히 말했고, 파라과이의 체사레 말디니 감독은 이날 칠라베르트의 실수에 대해 “누구나 실수는 하는 법”이라며 변함 없는 믿음을 보였다.
전주〓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