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4세의 미국 시민인 마이클 타라지. 하버드대 법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앞길이 창창한 월가 회사의 변호사로 일하다가 2년 전 돌연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있는 PLO의 사무실을 노크했다.
PLO는 그에게 평화협상의 법률 자문역을 맡겼다. 그러나 평화협상이 좌초하면서 자문할 일이 없어진 그는 팔레스타인의 대의명분을 서방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7일 “타라지씨가 그동안 팔레스타인 대변인들이 갖지 못한 모든 것들을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젊고 재치 있고 유창한 미국식 영어에다 해박한 국제법 지식, 서구식 자유주의적 이상에 대한 이해까지 갖추고 있다는 것.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그를 접한 유대인 랍비 요슈아 스탬퍼는 “아바 에반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에반씨는 설득력 있는 논리로 48년 건국한 이스라엘이 국제적 승인을 얻는 데 기여한 인물.
쿠웨이트에서 태어나 일찍 미국으로 건너온 타라지씨는 자신의 뿌리를 몰랐다. 15세 때인 83년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난민촌에 있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무차별 학살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의 어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영문을 모르는 그에게 어머니는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이며 (학살당한) 저들은 우리의 동족”이라고 말했다.
타라지씨에게는 유대인 친구들이 적지 않다. 그들은 그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추구하는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타라지씨는 “유대인들보다 미국인들을 설득하기가 더 힘들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