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땐 부드럽고 따뜻하나 표정을 조금만 굳게 하면 무서울 만큼 냉정하다. 그는 요즘 MBC 시트콤 ‘연인들’(월)과 SBS ‘나쁜 여자들’(수목)에서 이 두 가지 이미지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연인들’에서는 푼수 정혜영과 ‘닭살 돋는’ 연애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나쁜 여자들’에서 사랑을 위해 사랑도 배반할 수 있는 냉혈한으로 변신한다.
“실제 성격요? 평범해요. ‘연인들’에서처럼 푼수도 아니고, ‘나쁜 여자들’에서처럼 냉정한 사람도 아니고….”
그는 평범하다고 했으나 연예계 데뷔기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란 뜻의 고사성어 ‘낭중지추(囊中之錐)’같다. 주머니 속 송곳이 자연스럽게 튀어나오듯 그는 184㎝의 훤칠한 키와 배용준을 닮은 외모로 인해 금세 ‘관계자’의 눈에 ‘발탁’됐다. 당초 연예계 활동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그는 건국대 원예학과 1년이던 1997년, 같은 대학의 의상디자인과 선배의 눈에 띄어 작품발표회 무대에 서달라고 요청받았다.
“한달간 도망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모델의 워킹 동작이 어찌나 쑥스러운지…. 순간의 선택이 제 직업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죠.”
무대에서 그를 눈여겨본 한 모델 에이전트는 프로 모델을 제의해왔고 이로 인해 이정진의 연예계 활동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월드컵 열기로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이 추락한 와중에도 개봉 첫 주말까지 15만명의 관객이 든 것으로 추산돼 제작사가 춤을 췄다.
“다행이에요. 영 못 추는 춤을 5개월이나 연습하면서 열심히 찍었는데 외면당하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영화에서 그의 춤 실력은 형편없다. 줄거리 자체가 춤을 전혀 못 추던 고교생이 1주일 동안 춤을 배워 디스코 경연대회에 도전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 그는 ‘몸치’에 가깝다고 털어놓는다.
“춤을 잘 못 추는 게 오히려 다행이었죠.(웃음) 사실 5개월 동안 같은 동작을 연습하다 보니 꽤 잘 추게 되더라고요.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선 해적이 잘 못 춰야 했거든요. 그래서 아무렇게나 췄어요. 어머니가 하시던 에어로빅 흉내도 내고.”
영화 개봉과 함께 여러 인터뷰 스케줄 때문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짬만 나면 영화를 본다.
“최근에 본 영화요? ‘해적, 디스코왕 되다’요(웃음). 시사회가 4번 있었는데 3번 봤어요. 사실 관객들 반응을 살피느라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잘 안 나요.”
월드컵이 한창인 요즘, 그는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좋아하는 축구 중계를 한밤중 잠을 쪼개가며 녹화로 봐야 한다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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