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관위 조영식(曺永湜) 홍보관리관은 13일 “선거 참여율 자체가 하향 추세이고 각 정당이 4, 5월 대선후보 및 지도부 경선을 치른 데다 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를 새 없이 곧바로 월드컵 분위기로 넘어가는 바람에 투표율이 더욱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들은 또 각 정당 지도부가 이번 선거를 대선 전초전으로 여기고 중앙당 차원의 힘겨루기와 유례 없는 흑색 비방전에 가세하는 바람에 지방선거 후보들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을 더욱 멀게 했다고 지적했다.
▼ 시도별 투표 상황 시도 유권자수(명) 총투표자수(명) 투표율(%) 계 34,744,232 16,680,640 48.0 서울 7,665,343 3,470,623 45.3 부산 2,784,721 1,150,575 41.3 대구 1,814,278 716,100 39.5 인천 1,809,907 698,423 38.6 광주 954,481 388,293 40.7 대전 987,180 410,621 41.6 울산 722,806 374,066 51.8 경기 6,777,575 2,934,028 43.3 강원 1,129,859 667,647 59.1 충북 1,076,451 594,868 55.3 충남 1,397,105 776,953 55.6 전북 1,431,722 779,749 54.5 전남 1,533,059 994,634 64.9 경북 2,044,215 1,215,868 59.5 경남 2,227,548 1,251,679 56.2 제주 387,982 256,513 66.1
지역별 투표율은 접전지역이었던 제주가 66.1%로 98년(73.7%)에 이어 전국에서 가장 높았으나, 역시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서울(45.3%) 대전(41.6%) 등은 저조한 투표율을 보여 대조를 이뤘다.
정당 관계자들은 제주는 유권자 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 후보와 연고가 있을 정도여서 투표율이 높은 반면 서울 대전 등의 대도시는 혼전을 벌이는 두 후보 사이에서 뚜렷한 투표 동기를 찾지 못한 부동층 상당수가 투표에 불참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처럼 낮은 투표율에 대해 전문가들은 직접 민주주의의 유일한 공식 통로인 선거가 주민 의사 반영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대 조중빈(趙重斌·정치학) 교수는 “투표율이 매우 낮을 경우 조직표나 고정표를 확보하고 있는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다수정치를 기본 논리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 틀에서 소수 대표가 선출되는 아이러니를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침묵하는 다수 때문에 소수의 목소리만 반영돼 민의가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가장 큰 장점인 주민참여가 구현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50% 투표율에 40% 득표율로 당선된 지역이 있다면, 사실상 주민 20%에 해당하는 고정 지지표만 확보하고 있으면 지역 선거에서는 철옹성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
그러나 경희대 임성호(林成浩·정치학) 교수는 “미국도 지방선거 투표율이 30%대가 보통이지만 대표성 문제는 거의 제기되지 않는다. 낮은 투표율 자체보다는 이를 불러온 정치 불신과 혐오가 더 큰 문제다”고 말했다.
박성원기자swpark@donga.com
윤종구기자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