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美의 기준 분석 '시각예술과 디자인의 심리학'

  • 입력 2002년 6월 14일 17시 37분


시각예술과 디자인의 심리학/지상현 지음/288쪽 2만원 민음사

‘미(美)’의 기준은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이다. 통상적으로 ‘미스코리아는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인공미인에 불과하다’는 삐딱한 견해도 나올 수 있다.

18세기 신윤복의 ‘미인도’의 쌍꺼풀없는 조선 아낙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스페인 고야의 그림에 나오는 풍만한 여인 ‘마야’를 진정한 미인으로 꼽는 이도 있다. 이처럼 각자의 감성에 따라 아름다움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한성대 미디어 디자인학부 교수인 저자는 홍익대 미술대와 이 대학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에서 심리학박사학위를 취득한 보기드문 이력의 소지자.

이같은 경력을 토대로 인간의 감성에 디자인 창작과 심리학 연구를 접목해 이것이 실제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풀어낸다. 시각 예술과 디자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각적으로 접근한다.

그는 아름다운 대상이나 풍경을 소재로 한 작품만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는 반론을 제기한다. 예를 들어화가 김환기의 그림들이 투박한 질감이지만 향토미가 느껴지고, 미켈란젤로의 ‘노아의 홍수’는 인물들 사이의 거리와 크기를 의도적으로 조작해 지각의 혼란을 야기하면서 새로운 효과를 낳았다는 것.

객관적인 아름다움을 부정하고 해체하는 디지털 시대에 자칫 소홀하게 다뤄질 수 있는 기존의 미의 원리도 소개한다. 수학적 비례를 적용해 얼굴 대 신체 길이가 1대 8이라는 황금 비율로 인체를 제작한 그리스 조각이나 희고 갸름한 얼굴에 오똑한 콧날, 큰 귀를 귀상(貴相)으로 여겼던 선조들의 그림을 곁들여 이해를 돕는다.

또한 ‘코카콜라’처럼 특정 브랜드의 성공이 경쟁사에서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된 이미지로 소비자의 심리적인 욕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며 유행을 만들기 위해 사회 문화 경제 기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세계무대에서 한국 기업이 취약한 부분은 제품의 질이 아니라 부가가치를 높이는 마케팅”이라며 “디자인이나 감성을 조절할 수 있는 도구나 개념을 개발해야 국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디자인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21세기에 이 책은 문화 산업과 마케팅 등에 관심을 갖고있는 독자들에게 안내서로 적극 추천할 만 하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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