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라이벌끼리의 격돌. 북중미 예선을 거쳐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3개국 중 코스타리카는 이미 탈락하고 남은 두 나라가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이나 조별리그 성적을 보면 멕시코의 우세가 점쳐진다.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7위인 멕시코는 2승1무로 G조 1위인 반면, 랭킹 13위에 올라있는 미국은 D조에서 1승1무1패로 천신만고 끝에 16강행 티켓을 쥐었다. 두 팀간 역대 전적도 멕시코가 28승8무10패로 크게 앞서 있다.
그러나 라이벌전은 단순한 실력 외에도 승패를 좌우하는 변수가 많아 언제나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법. 최근에는 실력도 엇비슷해져 이번 월드컵 예선에서도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았으며 올 4월 평가전에서는 미국이 1-0으로 이겼다.
미국은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1-3으로 완패하면서 흐트러진 조직력을 얼마나 추스를 수 있느냐가 승리의 관건.
플레이메이커 클라우디오 레이나에서 다마커스 비즐리, 랜던 도너번,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클린트 매시스 등으로 연결되는 공격라인은 비교적 빠르고 강하지만 수비진의 ‘구멍’이 걱정이다. 왼쪽 풀백 프랭키 헤지덕이 경고 누적으로 결장하는 데다 수비의 핵인 제프 어구스도 장딴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
멕시코는 노련한 쿠아테모크 블랑코와 북중미 예선 8경기에서 6골을 뽑은 ‘득점기계’ 하레드 보르게티를 투톱으로 세우고, 발 빠른 헤수스 아레야노를 측면에 투입해 노쇠한 미국 수비진을 흔들어 놓는다는 전략이다. 또 개인기에서 다소 앞서는 멕시코는 오밀조밀한 패스로 과감한 중앙돌파도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94년 미국월드컵, 98년 프랑스월드컵에 이어 강호 크로아티아, 이탈리아를 제치고 조 1위로 3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한 멕시코가 당초 약체로 분류하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어디까지 돌풍을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원〓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브라질-벨기에 … 남미의 ‘창’과 유럽의 ‘창’ 맞대결
‘창과 창’이 만난다. 상대의 정신을 빼놓는 ‘삼바 축구’ 브라질과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의 대결. 공격력을 앞세운 팀들의 맞대결이다. 기술축구 브라질의 우세가 점쳐지지만 힘으로 맞서는 벨기에가 거함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일.
2002한일월드컵에서는 우승 후보들이 잇따라 탈락했다. 하지만 브라질에 이변이란 없었다. 브라질은 예선전 3경기에서 11골을 뽑아내는 골 잔치를 벌였다. 호나우두, 히바우두, 호나우디뉴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공격 라인은 단연 16강 진출국 중 최고. 특히 4골을 기록하면서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호나우두가 벨기에전에서 골을 추가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벨기에의 수비 라인은 조직력이 잘 정비돼 있고 노련미를 풍기고 있지만 상대 속공에 자주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브라질은 예선에서 수비보다 공격에 치중하는 양상을 보였다. 좌우 윙백 호베르투 카를루스와 카푸가 상대 진영 사이드라인을 파고드는 플레이는 시원해 보였지만, 수비에서는 명성에 걸맞지 않은 어이없는 실수로 간혹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수비보다 공격을 앞세우기는 벨기에 역시 마찬가지. 골잡이 마르크 빌모츠를 축으로 하는 벨기에의 득점력도 대단하다.
비록 예선 상대들과 ‘난타전’을 벌여 골 득실에서는 +1밖에 안되지만 벨기에는 3경기에서 6골, 한 경기에 2골씩을 기록하는 골 결정력을 보였다. 벨기에 공격의 시발점은 중원과 문전을 오가며 폭넓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빌모츠. 음보 음펜자, 웨슬리 송크 등 스피드가 발군인 스트라이커들이 빌모츠의 지원을 받아 공격 일선에 나선다.
세트 플레이도 벨기에의 강점. 프리킥을 전담하는 미드필더 요한 발렘의 발끝이 매섭다. 다니엘 반보이텐, 홀렌 데부크, 재키 페테르스 등 벨기에의 수비 라인은 코너킥 상황에서 공격에 가담해 상대 문전에서 제공권을 장악했다.
요코하마〓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