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했던 집값은 올 3월을 고비로 안정세로 돌아섰다.
당초 염려했던 전세대란도 비켜갔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전세금이 떨어진 곳도 나왔다.
분양시장도 마찬가지.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아파트 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
아파트도 서울 강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연초와 같은 열기를 느끼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특별한 돌출변수가 없는 한
상반기 시장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곧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하라는 의미이다.
올 상반기 주택시장의 특징을 보여주는
4가지 변화와 하반기 동향을 예측해본다.》
①기세등등 집값 상승세 주춤
부동산정보업체 ‘R114’에 따르면 올 들어 5월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13.2% 올랐다. 작년 같은 기간(4.0%)보다 9.2%포인트가 높다.
하지만 월별 상승률 추이를 보면 그다지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1월에 4.9%였던 상승률이 2월 4.0%, 3월 3.1%로 조금씩 떨어지다가 5월에는 0.1% 이하로 급감했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는 4월 0.1% 수준으로 떨어진 뒤 5월에는 아예 제자리에 머물렀다.
집값이 안정세를 찾은 직접적인 이유는 정부의 전방위 주택 안정대책 때문. 여기에 금리 상승, 금융권의 가계대출 자제, 재건축 아파트의 수익성 악화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이같은 요인들은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전망. 따라서 하반기 전망도 하락 내지는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국토연구원은 하반기 집값을 전국은 0.3%, 서울은 1.0%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6월 이후 서울 집값은 2.1%, 경기도는 2.0%가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②분양가 규제-수급 부작용 우려
정부의 분양가 규제는 올해 주택시장의 가장 큰 ‘사건’이었다.
서울시는 4월 초 아파트 분양가를 지나치게 올린 업체에 대해 분양승인권자인 구청장이 분양가 산출근거를 요청해 검증한 후 가격산정이 부적절한다고 판단되면 분양승인을 반려하도록 방침을 세웠다. 또 반려된 업체가 권고사항에 맞게 시정하지 않을 경우 분양가 산출근거를 과세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세청에 통보하기로 했다.
주택업체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인하는 현실화됐다. 5차 동시분양의 경우 9개 업체가 평당 12만∼24만원씩 가격을 낮췄다.
분양가 규제는 하반기 집값 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장원리에 따른 가격 인하가 아닌 강압적인 ‘정책 가격’이라는 점에서 부작용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인근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선에서 분양가를 책정토록 유도함에 따라 시세 차익을 기대한 ‘묻지마 청약’의 급증, 1순위 청약자격 통장의 불법거래 등이 되살아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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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청약 풍년 불구 미분양 속출
청약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어서면서도 미분양 아파트가 나오는 기현상도 늘어났다.
이 달 초 청약을 받은 서울 5차 동시분양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83.6 대 1. 사상 최고 수준이다. 6만명 이상이 청약에 참가했다. 하지만 7개 단지에서 모두 58가구가 미분양됐다.
앞서 실시된 4차 동시분양 청약에서도 평균 76.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그럼에도 4개 단지 37가구는 미분양으로 남았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단 한 가구도 계약이 안됐다.
청약률이 높은 이유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하반기 이후로 연기됐고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기 때문.
닥터아파트 곽창석 이사는 “분양권 전매 제한 전에 청약하려는 수요가 일시에 몰려 경쟁률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하지만 강남 등 특정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어 비인기지역은 미분양으로 남는 양극화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약경쟁률은 하반기에 다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고 기존 집값 상승률이 둔화되면 시세차익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④ 오피스텔 시장 공급과잉 몸살
작년 이후 분양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던 오피스텔이 올 들어서는 죽을 쑤고 있다. 공급과잉이 가장 큰 이유. 작년에만 서울에서 1만5900여실이 분양됐다. 올 상반기에 분양했거나 분양 중인 오피스텔은 3만1795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경쟁하듯 물량을 쏟아내면서 수급 균형이 깨졌다”며 “분양대행 사업을 할 때 ‘폭탄 돌리기 게임’식으로 악성 미분양 현장을 맡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토로했다.
뒤늦게 건설사들도 공급 조절에 들어갔다. 상반기에 1만여실을 쏟아냈던 대우건설은 하반기에는 사업성이 확실한 지역에서만 선별수주를 하겠다는 방침. 삼성물산 건설부문이나 포스코건설도 무리한 사업을 삼가는 분위기다.
해밀컨설팅 황용천 사장은 “하반기에도 오피스텔 시장은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투자자라면 강남 등 인기지역에 집착하지 말고 신규 분양이 적었던 지역을 노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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