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인 이니드(도라 버치)의 심퉁맞은 언행도 그렇고, 이니드를 통해 획일화된 현대 팝 문화를 꼬집는 테리 지고프 감독의 블랙 유머도 그렇다.
이니드와 단짝 친구 레베카(스칼렛 조핸슨)는 지겨운 고등학교에서 막 해방된 18세 소녀들. 무료함을 달랠 장난을 궁리하는 게 하루의 주요 일과다. 두 사람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친구를 놀리고 모르는 부부를 미행하기도 한다. 대학 진학을 포기한 두 소녀는 사회 주류에 편입된 ‘모범 인생’을 비웃고 냉소적인 독설을 즐긴다.
그러나 이니드가 순진한 40대 아저씨 시모어(스티브 부세미)에게 ‘필(feel)이 꽂히게’ 되면서 레베카와의 우정은 조금씩 변한다. 이니드는 구닥다리 78회전 레코드판 수집이 유일한 낙인 시모어에게 시간을 쏟는다. 레베카는 일자리를 구하고 독립된 생활을 준비하면서 조금씩 기성 세대의 삶에 편입된다.
이 영화의 재미는 플롯이나 줄거리보다 이니드와 시모어 등 사랑스러운 캐릭터에 있다. 획일화된 소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비주류’ 캐릭터인 이니드와 시모어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도라 버치와 스티브 부세미의 연기 덕분.
이 영화는 어울리지 않는 커플인 이니드와 시모어의 이야기를 기둥줄거리로 하되 예술에 대한 허위 의식과 소비 문화를 비판하는 유머도 잊지 않는다.
우스꽝스럽게 묘사되는 미술 교사가 그 예. 미술 교사는 이니드가 그린 솔직함 넘치는 스케치는 본체만체하고 커피잔에 생리대를 집어넣은 엽기적 작품에 대해서는 “여성의 억눌린 성과 욕망을 잘 표현해 냈다”며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다.
‘판타스틱…’은 지난해 미국 개봉때 비평가들의 호평과 지지를 받았던 작품. 여기에 대중적 지지도 얻어 인터넷 최대 영화사이트인 IMDB의 네티즌 평점에서 역대 가장 좋은 영화 250편 중 162위에 올랐다. 원제는 ‘Ghost World’. 15세 이상. 21일 개봉.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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