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외국인은 한국의 축구 실력에도 놀랐지만 시민들의 높은 질서의식에 더욱 놀랐다고 했다. 온 국민이 모두 12번째 선수였고 붉은 악마였다. 한국 남자들의 또 다른 화젯거리인 정치는 선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축구열기 앞에서 냉소의 대상조차도 되지 못했다.
▼국가 이미지 일류로 변모▼
명장 거스 히딩크 감독에 의해 조련된 우리 태극전사들은 유럽의 강호들을 파죽지세로 꺾고 조1위로 본선에 진출하는 신화를 창출했으며 8강에 안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축구는 물론 시민들의 성숙한 모습은 전파를 타고 전 세계인들에게 비쳤다. 우리 축구가 세계축구의 변방에서 중심부로 진입하듯 우리의 국가 이미지도 일류국가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은 외환위기로 상처받은 우리 경제의 탈출구가 되고 있다.
벌써부터 월드컵이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월드컵이 끝나면 각종 비리사건으로 줄줄이 구속될 고위층 인사들의 수감장면이나 현장중계로 봐야 되고 뉴스시간마다 방송될 이전투구의 대선 정국을 바라보고 있어야 하느냐고 한탄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 끝나도 우리가 할 일은 많다. 월드컵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20조가 넘는다느니 그렇지 않다느니 하는 논쟁도 있지만 이 시점에서 그 가치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그 가치의 크고 작음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월드컵의 개최가 우리의 국가이미지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다. 국가이미지는 바로 우리 제품의 브랜드 이미지이며 고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다. 따라서 우리같이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에서 좋은 국가이미지는 바로 경쟁력이다. 우리 제품은 해외시장에서 아직도 품질만큼의 값어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월드컵으로 제고된 국가이미지를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월드컵이 꼭 긍정적 파급효과만을 기약하는 것은 아니다. 멕시코의 경제는 월드컵을 개최했던 86년에 오히려 곤두박질쳤고 아르헨티나도 월드컵을 치른 78년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98년 월드컵 개최국인 프랑스도 4년이 지난 지금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월드컵 개최의 경제적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향후 우리의 대처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월드컵은 지금부터 시작인 셈이다.
우리가 가장 시급하게 착수해야 할 일은 월드컵으로 높아진 국가이미지를 유지하고 점진적으로 개선시켜 나갈 국가마케팅의 조직적 실천이다. 국가마케팅은 정부와 기업 및 국민이 협력해서 추진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외교망과 공기업 지사망을 활용하여 국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겠고 차세대 산업을 선정해 세계 일류 수준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또한 기업의 글로벌마케팅을 제도적으로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초일류브랜드의 육성을 통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수출을 확대해 나감으로써 기업은 물론 국가이미지 제고에 기여해야 한다.
▼˝히딩크 축구처럼만˝▼
국민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시민의 공공의식은 국가이미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치른 후 일류국가로 탈바꿈했다는 분석이 있다. 올림픽을 치른 뒤 시민의식이 성숙해져서 진정한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88올림픽을 그런 계기로 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기간 중 우리 국민이 보여주고 있는 정연한 질서의식은 우리의 선진국 진입 가능성을 충분히 점치게 한다. 이제 우리는 그렇게 성숙한 모습을 일회성이 아닌 우리 일상의 모습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할 때 월드컵의 신화는 경제신화로 거듭 날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히딩크 축구만큼만 하면 된다. 필승! 코리아!
예종석 한양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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