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北안내원들 "축하합네다, 결승까지 가시라요"

  • 입력 2002년 6월 19일 18시 42분


“축하합네다. 내친 김에 결승까지 가시라요.”

요즘 북한 금강산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과 북한 안내원 및 세관원들과의 첫 인사는 월드컵 덕담(德談)으로 시작한다.

북한에서는 월드컵관련 뉴스를 보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고성군 온정리 일대의 금강산 관광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세관원, 안내원, 현지 당국자들은 관광객이나 현대아산 관계자들과 접하면서 한국팀의 승전보를 접하고 있다.

북한에 상주하고 있는 현대아산 김한수 관광팀장은 19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이탈리아전을 앞두고 북한 당국자들이 ‘우리도 66년에 이탈리아를 꺾은 적이 있다. 꼭 이겨라’고 격려를 했고 승전소식을 듣고 ‘남과 북이 이탈리아를 꺾은 경험을 공유했다’며 좋아했다”고 전했다.

한 북한 세관원은 “TV를 안 봐도 어젯밤에 온정리 일대에 퍼진 함성을 듣고 한국팀이 이긴 줄 알았다”고 말을 건넸다는 것.

월드컵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북한의 젊은 안내원들은 요즘 관광객들이 붉은 T셔츠를 많이 입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거나 젊은 여성들이 얼굴에 페이스 페인팅을 한 것을 보고 “왜 예쁜 얼굴을 망치느냐”며 묻기도 한다.

18일 금강산을 오른 관광객들은 이날 밤 온정각 문화회관에 설치된 대형TV를 보며 한국팀을 응원했다. 관광객들과 함께 응원한 현대아산 홍현주 과장은 “경기가 끝난 후 이 벅찬 감정을 북한 사람들과 함께 나눴으면 하는 생각에 눈물이 절로 나왔다”며 “남북한이 함께 월드컵을 응원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가 끝난 후 일부 한국 관광객들은 문화회관에서 어깨동무를 하고 ‘우리의 소원’을 개사, ‘우리의 소원은 4강’이라며 응원가를 불렀다.이병기기자 eye@donga.com

▼北 외교관, 이례적 찬사▼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고위 외교관이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 국가대표팀이 이탈리아 대표팀을 이긴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북한의 외교관이 한국팀의 경기를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은 이례적이다.이 외교관은 인테르팍스통신의 아시아담당 기자인 블라디미르 쿨리코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스포츠는 사람을 기쁘게 만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외교관은 이어 올 9월 서울에서 한국과 북한 축구팀이 친선시합을 가지기로 합의했다고 덧붙였다고 통신은 전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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