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 "페널티킥 실축땐 죽고싶은 심정"

  • 입력 2002년 6월 20일 03시 08분


“눈물만 안 났지 경기 내내 울면서 뛰었다.”

이탈리아전 결승골의 주인공 안정환(26·페루자)은 “페널티킥을 못 넣었을 때는 죽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한번은 더 기회가 올 줄 알았고 그것만 생각하면서 뛰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연장까지 가는 사투를 벌이면서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은 듯 경기가 끝난 후에는 탈진해 인터뷰를 하지 못했던 안정환은 19일 오후 회복 훈련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났다.

-컨디션은 어떤가.

“흥분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페널티킥을 못 넣었을 때와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의 느낌은….

“페널티킥을 못 넣었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죽고 싶었다. 골든골을 넣었을 때는 아무 생각이 안 났다. 형들이 정신을 잃은 사람처럼 보였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끝까지 교체를 안 했는데….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만약 교체돼 나왔더라면 페널티킥 실축이 살면서 두고두고 가슴에 남았을 것이다.”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어서 더 기쁨이 큰가.

“이탈리아에 진출한 후 경기에 나설 때보다 벤치에 있는 시간이 많았지만 거기서 힘들게 배우고 느끼면서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골을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탈락한 이탈리아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한다.”

-스페인도 강팀인데….

“스페인 프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한 히딩크 감독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될 것이다. 휴식을 잘 취하면서 장단점을 파악해 멋진 경기를 하고 싶다.”

-운동장에 ‘히딩크를 대통령으로’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던데….

“선거해 봐야 된다.(웃음) 히딩크 감독이 국민한테 많은 선물을 한 데 대해 감사의 표현을 한 것 같다.”

대전〓황진영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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