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세 ABC 2]대표적 전립샘 질환 진단과 치료

  • 입력 2002년 6월 23일 17시 52분


“소변이 마려워도 진작 화장실에 가면 나올 듯 말 듯 애간장만 태웁니다. 뒤에서 누가 기다리면 이마에서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고….”

“젊었을 땐 요강도 깰 정도로 오줌 줄기가 셌는데 이제는 앞으로 나가지 않고 그냥 흘러 신발을 적시곤 합니다.”

40대 이후 소변 보기가 힘들어지거나 소변 줄기가 시들해지는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사건’이다. 대부분은 ‘양기(陽氣)가 부족해져서…’‘이젠 늙은 모양이지’ 등으로 생각하며 치료할 생각을 않는다. 그러면서 자신감을 잃고 우울한 기분만 깊어진다.

그러나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소변 줄기가 시원찮아지지는 않는다. 소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인체의 부성기(副性器) 중 하나인 전립샘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전립샘에 병이 있는데도 방치하면 우선은 오줌보(방광)에 이상이 생기고 나중에는 오줌보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에 있는 콩팥이 고장난다. 이 때문에 우리 몸의 독소를 제대로 해독(解毒)하지 못해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 따라서 소변보기가 힘들어지면 전립샘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에서 정확히 진단받은 뒤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표적 전립샘 질환으로는 전립샘비대증, 전립샘염, 전립샘암의 세 가지가 있다.

▽전립샘비대증〓전립샘이 커지면서 오줌길을 눌러 평소 소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잔뇨감 빈뇨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노화에 따라 생기기 때문에 대부분 병으로 여기지 않아 치료를 받지 않지만 1%는 합병증인 콩팥질환으로 숨진다. 방광 결석이 생겨 고생하기도 한다.

증세가 가벼우면 약물치료를 받는데 70% 정도가 효과를 볼 수 있다. 약을 끊으면 대부분 재발한다.

증세가 진행됐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요즘 병원에서는 요도에 내시경을 밀어넣어 전기로 부은 부위를 잘라내는 ‘경요도 전립샘절제술’을 많이 시술한다. 수술을 받으면 모세혈관이 터져 며칠간 피가 나지만 곧 아물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튜브를 꽂아 특수한 주파수의 열을 보내 부은 부위를 골라 태우는 ‘경요도 침열소작술’, 온열치료, 레이저치료, 특수관 삽입술 등 다양한 시술법이 시도되고 있다.

증세가 아주 심하면 개복 수술을 받아야 한다.

▽전립샘염〓성인의 절반이 일생에 한번은 겪는 질환으로 청장년층에도 환자가 많다. 세균 감염 때문인 경우와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있는데 상당수 환자가 ‘성병’으로 여기지만 성행위 때문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소변이 자주 마렵고 소변볼 때 통증이 생긴다. 이와 함께 오한 발열 권태감 피로 관절통 근육통 요통 회음부통증 등의 증세가 올 수 있다. 증세가 오래 가면 아랫배 회음부 음낭 음경 등에도 통증이 온다. 원인에 따라 항균제나 소염제를 투여하거나 전기자극 수술 등으로 치료한다.

▽전립샘암〓전립샘의 암세포가 자라 요도를 압박해서 전립샘비대증과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소변볼 때 통증이 있고 피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환자가 적지만 미국에서는 남성암 중 1위인 암이다. 국내에서도 식생활의 서구화 등의 이유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전립샘암은 조기에 병을 찾아내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로 고칠 수 있다. 미국의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전립샘암을 치료받고 나서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등 이 병은 조기에 발견하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

전립샘 암세포는 남성 호르몬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환자는 음낭을 절개해서 고환을 제거하거나 남성 호르몬의 양을 줄이는 주사를 한 달에 한번씩 맞는 치료를 받는다.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채수응·최한용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전립샘이란?

오줌보의 바로 아래에 있는 남성 특유의 장기로 중앙에는 요도가 지나간다. 오줌보의 앞쪽에 있다고 해서 전립선(前立腺)이라 불러왔지만 지난해 대한의사협회의 용어 개정 작업 때 선(腺)을 샘으로 바꾸기로 해 전립샘으로 부른다. 밤톨 모양으로 생겼다고 해서 ‘밤톨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게는 약 20g으로 크기도 밤톨만하다. 정액의 일부를 만들며 특히 정액에서 밤나무꽃 냄새가 나는 독특한 성분을 만든다. 성관계 때 소변과 정액이 섞이지 않도록 하며 고환에서 분비됐다 정낭에 고여 있는 정자가 이곳을 거쳐 요도로 사출된다.

▣질환 예방

전립샘 질환도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규칙적으로 성생활을 하면 전립샘의 노화를 막고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립샘비대증 환자일 경우에도 규칙적인 성생활이 병의 악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전립샘 환자는 약물 치료를 받으면서 아침 저녁 20분 정도씩 ‘온수 좌욕’을 하면 배뇨장애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온수 좌욕은 이 병의 예방에도 좋다. 또 환자 스스로 항문에 손가락을 넣고 항문의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훑듯이 마사지하면 속에 꽉찬 전립샘액이 빠져나와 통증이 완화된다. 1주일에 1, 2회 한번에 40번 정도 훑도록 한다.

전립샘 환자는 되도록 쪼그려 앉는 자세를 피하고 술자리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

▣소변은?

소변은 콩팥→요관→오줌보→요도를 거쳐 배출된다. 어른의 오줌보는 소변을 500㎖까지 저장할 수 있다. 소변은 인체의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골반근육과 요도조임근이 요도를 누르고 있으면 나오지 않고 부교감신경계가 주도해서 오줌보를 순간적으로 수축하고 요도조임근을 풀면 나오게 된다.

남성은 요도가 15㎝ 정도이고 요도조임근의 기능이 발달한 반면 여성은 요도가 5㎝이고 요도조임근이 별로 발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남성은 소변을 못보는 장애가 많고 여성은 질금거리는 요실금 장애가 많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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