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비는 공을 가진 상대선수를 2, 3명이 빠르게 둘러싼다. 그러나 닥치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다. 홍명보는 프레스를 걸어야 할지 기다려야 할지 선수 전원을 파악하며 움직이게 한다.
과거에도 한국공격에는 스피드가 있었다. 상대 수비가 진을 치고 있어도 공격하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상대를 유인하며서 천천히 공을 뒤로 돌리면서 기회를 노린다. 이러한 변화는 히딩크 감독의 지도력과 홍명보의 통솔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히딩크 감독은 후반종료 바로 직전, 동점인데도 불구하고 수비수를 줄이고 스트라이커 황선홍을 넣어 공격을 강화했다.
지면 그대로 탈락하는 월드컵 16강에서 싸우는 자세는 바로 이런 것이다. 감독의 개성과 풍부한 경험이 느껴졌다. 이탈리아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수한 안정환을 벤치에 앉히지 않고 계속 뛰게하여 결국 골든골을 넣게 만들었다. 히딩크는 선수 기용방법에 있어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이탈리아와 연장혈투를 벌인 한국선수들이 스페인보다 체력이 뛰어났던 점도 인상적이었다. 후반 40분경 스페인의 포워드 루이스 엔리케를 교체직전이던 수비수 김태영이 따라붙었던 것도 대단했다. 계산에 의한 강인함이 아닌 이상 정신력 만으로 그런 체력은 있을 수 없다.
한국은 연장 전반에 스페인 선수가 센터링 한 볼이 골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는데도 아웃을 선언한 오심 덕분에 실점을 피할 수 있었다. 한국에게 운이 따랐다. 그러나 운을 부를만큼의 노력이 한국에겐 있었다. 일본과 체격에서 별 차이 없는 한국이 여기까지 왔다. 일본에게도 큰 희망이 보인다고 꼭 말하고 싶다.
필자: 카시마 시게루(전 일본대표 감독)
<아사히 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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