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은행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국민의 혈세가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갔고 수만명의 은행원들이 일자리를 잃어야 했다. 그 결과 한때 은행들이 해외매각이나 합병을 통해 튼튼해졌고 다른 나라보다 금융개혁을 잘 추진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보면 우리는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재무건전성 등급을 최하위수준으로 평가했기 때문이다. 내실을 다지기보다는 밖으로 나타나는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한 결과이다. 기업들의 부도가 늘어 부실채권이 많아질 경우 은행의 존립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 외환위기 이후 나아진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수만명을 해고시키는 구조조정을 한 국내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 나라보다 허약하다면 구조조정을 잘못했거나 공적자금을 엉뚱한 곳에 낭비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을 증권시장에 다시 상장하는가 하면 은행에 공적자금 손실분을 분담토록 추진하고 있다. 공적자금 손실분이 80조원에 달해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는 정부로서는 한시라도 바삐 공적자금을 회수하고 싶겠지만 재무상태가 허약한 은행을 증시에 상장한들 제값을 받을 수는 없다.
정부는 은행에서 공적자금을 회수하려하고 그 와중에 은행들이 구조조정을 게을리 한다면 금융구조조정의 성과는 반짝효과에 그치게 된다. 다시 은행이 부실해지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결과가 아니다. 정부와 은행은 우리 은행들의 위상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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