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돌아보는 얼굴이 창백하고 쓸쓸해 보였다.
“아들이다!”
이용하는 입술 끝을 당겨 올리며 미소지었다.
“아들이다!” 아버지의 대꾸가 있을 때까지 몇 번이라도 되말할 생각이었다.
“아들?”
우철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울음이 나올 것 같아, 아버지에게 등을 돌리고 다시 뛰었다. 저게 자기 자식의 탄생을 빈 아버지의 얼굴? 아직 보지 못한 자기 자식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 무언가 시작되기를 바라기보다 무언가가 끝나기를 바라는 듯한 얼굴,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뒤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듯한 얼굴이었다. 어쩌면 애장터에 묻혀 있는 두 아들을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수용이 두 살 나이로 죽었을 때 일은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우선은 우철이가 열 살 때 죽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니 아가가 온데 간데 없었다. 나는 다듬이질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물었다. 알라는? 엄마는 다듬이질을 계속하면서 대답했다. 죽었다, 밤에 아버지하고 가서 묻어 줬다. 나는 무서워서 울면서 물었다. 어디다 묻었는데? 마을 어귀 조그만 산, 애장터에, 사흘밖에 못 살았으니 장례식도 치뤄줄 수 없고, 무덤을 만들어 줄 수도 없다.
밀양강 위 하늘에는 빨간 초승달이 떠 있었다. 새빨간 초승달빛이 안방으로 스며들어서 아이고 피를 흘리는 것처럼 녹아 없어져버렸어. 현실이 할머니의 불길한 꿈을 모사하기 시작한 듯한 기분이 들어 우철은 두 단씩 돌계단을 뛰어내려갔다.
대문 기둥에 잡인의 출입을 금하는 새끼줄이 쳐져 있었다. 남자아이의 탄생을 뜻하는 빨간 고추와 숯을 올려다보는 순간, 자랑스러움과 심장의 쿵쾅거림이 귓불까지 밀려 올라왔다. 남동생이다! 내 남동생! 내가 이 다리로 탄생을 도운 동생! 우철은 한 다리씩 뒤로 내밀어 판자처럼 딱딱해진 허벅지 근육을 풀었다. 미역국 냄새가 난다, 나하고 소원이가 먹어도 괜찮은 걸까, 산신상에 바쳤던 미역으로 끓인 미역국이니까, 엄마만 먹여야 될지도 모른다, 우철은 배가 너무 고파 텁텁해진 침을 꿀컥 삼켰다.
유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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