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곤충 왕쇠똥구리 멸종 가능성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09분


희귀 곤충인 왕쇠똥구리가 국내 유일의 집단 서식지인 충남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 사구(砂丘·모래언덕)에서 자취를 감춰 보존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 고려곤충연구소(소장 김정환·金丁煥)는 21일 신두리 사구를 현장 답사한 결과 그동안 집단 서식해왔던 것으로 알려진 왕쇠똥구리를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25일 밝혔다.

왕쇠똥구리는 길이 2.5㎝ 가량의 풍뎅이과 곤충으로 1966년 멸종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으나 96년 이 연구소에 의해 신두리 사구지역에 200여 마리가 살고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측은 이 후 매년 이 지역에 대한 현장 답사를 통해 왕쇠똥구리를 살피며 서식환경 조성에 노력해 왔는데 이번에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것.

연구소 측은 신두리 사구가 지난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소의 방목이 이뤄지지 않아 왕쇠똥구리의 먹거리인 쇠똥이 사라진 것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왕쇠똥구리는 초지에서 방목되는 소의 배설물을 경단 모양으로 만들어 땅 속에 저장해 놓고 먹이나 애벌레 산란 장소로 이용한다.

이에 따라 연구소 측은 21일과 22일 문화재청과 환경부에 사구의 왕쇠똥구리 서식지 주변에 방목 소를 풀어놓을 것을 제안해 충남도와 태안군을 통해 조치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충남도 관계자는 “태안군을 통해 농민들에게 소를 풀어놓을 것을 종용하고 있지만 민가와 거리가 먼 데다 구제역 때문에 소의 노출을 꺼리고 있다”며 “여의치 않을 경우 쇠똥이라도 사구에 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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