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內治서 손떼야”…민주당, 脫DJ 결단 초읽기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14분


《민주당이 김홍일(金弘一) 의원의 탈당 문제를 포함해 ‘탈(脫) DJ’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본격 물밑작업에 나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비서 출신인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이 지난한 과제를 해결할 책임자가 됐다는 점이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의 선택은 이제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한 대표는 최고위원들과 쇄신파 의원들을 향해 “나에게 맡겨달라”면서도 입을 꼭 다물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선 ‘탈 DJ’ 방안의 일환으로 월드컵대회 폐막 직후 김 대통령이 내치(內治)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외교 안보에만 전념하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대표가 조만간 청와대로 DJ를 방문해 최종적인 입장조율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의 한 측근의원은 “최근 한 대표에게 김 대통령과 직접 만나 모종의 결단을 내리도록 담판 지으라고 권유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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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윈 전략’〓한 대표는 25일 기자들에게 “(대통령과의) 차별화는 ‘윈-윈’이 돼야지 어느 한쪽을 깎아 내리는 식의 차별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도 DJ도 상처받지 않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얘기였다. 한 대표는 또 쇄신파들의 ‘조용한 해결’을 강조했다.

현재 당내에서 거론되는 ‘탈 DJ’의 해법의 구체적 내용은 △김홍일 의원의 탈당 △아태재단 해산 및 사회환원 △청와대 비서진 문책 △거국중립내각 구성 등. 하지만 이 차원을 넘어서 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바에야 ‘6·29 선언’과 같이 과감한 국정운영구상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의 한 핵심측근은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국방과 외교만을 맡고 내정은 총리와 각 당 대표에게 맡기는 것과 같은 ‘큰 구상’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당도 살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도 살고, 김 대통령도 한나라당의 공세에서 벗어날 수 있는 상생(相生)의 길은 현 상황을 뛰어넘는 대국적인 결단뿐이라는 얘기였다.

▽결단 임박했나〓민주당 내에서는 김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적기로 월드컵대회 폐막 직후를 꼽는 사람이 많다. 한 재선의원은 “노 후보가 김 대통령을 ‘밟고’ 갈 수 있도록 청와대가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의 결단의 영역에 속한 문제이기 때문에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아태재단의 이미지 실추로 인해 김 대통령이 은퇴 후 재단에 의탁하기가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아태재단 해산과 사회환원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으나, 이는 김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한 사항이다. 김홍일 의원 탈당도 본인만 결정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대통령이 고비 때마다 상황을 정면돌파하기보다는 우회하는 스타일이란 점 때문에 조만간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의 위중함에 비춰볼 때 민주당을 비롯한 외부의 압박에 의해서가 아니라 DJ가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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