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버리고 인라인스케이트로 옮겨 탄다. 바람이 더 달려 보라고, 아예 날아 보라고 부추긴다. 나는 미친 듯이 속도에 몸을 싣고 강 이쪽과 저쪽을 질주한다. 이쪽에서 달려오는 사람, 저쪽으로 흘러가는 사람, 바라보면 눈이 맞을 것 같고, 손을 내밀면 덥석 잡힐 것 같다. 아, 당신도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다. 월드컵 분수는 여전히 맹렬하고, 해질 녘 63빌딩의 스카이라인은 가히 인공 낙원이다.
묘불가언(妙不可言). 정말 좋은 건 달리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냥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냥 몸 속으로 가져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꽃을 피우면, 붉은 꽃을 피우면 더없이 좋은 것이다.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이거나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우리는 축구 하나로 가장 부유한 마음 한때를 살았다. 행복하였다. 질풍노도(疾風怒濤)의 여독에 피로한 당신들께 붉은 와인 한 잔 권한다. 그리고 한 줄기 시.
‘일체의 무상한 것은 한낱 비유이니, 미칠 수 없는 것이 여기서는 이루어지고, 말할 수 없는 것이 여기서는 성취되었네.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이끌어 올린다.’(괴테 ‘파우스트’ 마지막 연, 신비의 합창)
함정임(소설가·본보 월드컵자문위원)etrelajiham@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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