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김영선/승객가방 찾아주려 새벽 먼 길

  • 입력 2002년 6월 25일 18시 49분


한국축구가 8강에 들던 날 77번째 생신을 맞으신 친정 어머니 댁에서 하룻밤 묵으려고 택시를 탔다. 택시 안에서 기쁨에 겨워 축구이야기를 하다가 그만 가방을 놓고 내렸다. 가방에는 세면도구, 속옷, 겉옷 등과 지갑, 두 딸의 소중한 일기장이 들어있었다. 택시가 휑하니 떠나고 나서야 딸아이가 등에 멨던 가방이 없어진 걸 확인했다. 얼마나 당황했던지 8강의 기쁨도 잊었었다.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8시도 채 안됐는데 택시운전사가 시골 동네까지 찾아와 우리를 수소문하셨다. 마을회관에서 그 가방을 보는 순간 얼마나 기뻤던지 눈물이 핑 돌았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동네를 찾아온 그 아저씨를 보고 ‘세상엔 아름다운 사람도 살고 있구나’ 생각하며 잠시 내 마음도 아름다워지는 것을 느꼈다.

김영선 충북 청주시 봉명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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