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들 “3위는 절대 양보 못한다”

  • 입력 2002년 6월 25일 22시 49분


이운재(右)가 경기가 끝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독일팀 수문장 올리버 칸과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아사히
이운재(右)가 경기가 끝난 뒤 아쉬운 표정으로 독일팀 수문장 올리버 칸과 유니폼을 교환하고 있다.아사히
“대∼한민국….”

‘붉은 물결’은 패자에게 끝없는 환호를 보냈다.

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독일의 준결승전. 0-1로 한국이 패한 채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6만5000여 관중은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대∼한민국”을 외쳤다. 또 ‘아리랑’을 부르며 낙담해하는 선수들을 향해 ‘응원가’를 불렀다. 팬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외치고 있었다.

이 같은 팬들의 열광적인 환호에 전후반 90분을 끝낸 뒤 녹초가 돼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던 태극전사들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승자에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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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홍명보가 옌스 예레미스와 유니폼을 바꿔 입었고 설기현이 마르코 보데, 차두리가 크리스토프 메첼더와 유니폼을 바꿔 입으며 따뜻한 ‘우의’를 다졌다.

승리를 위한 ‘세리머니’는 아니었지만 승리했을 때보다도 더 멋진 ‘세리머니’를 지구촌 팬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태극전사들의 깨끗한 매너에 독일 선수들도 지칠 줄 모르게 자신들을 공략했던 ‘붉은 악마’를 끌어안고 위로했다.

태극전사들은 팬들에게 서서히 걸어갔다. ‘맏형’ 홍명보의 인도로 본부석 오른쪽 팬들에게 먼저 다가간 선수들은 ‘아리랑’을 부르며 환호하는 팬들에게 큰절을 했다. 경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팬들에 인사를 한 선수들은 ‘쓸쓸히’ 라커룸으로 사라졌다.

졌지만 결코 지지 않았다. 태극전사들의 눈에선 눈물이 흘렀지만 그것은 졌기 때문에 흘린 눈물이 아니었다. 아직 한 고비가 남아 있다. 4강을 넘어 세계 3위란 목표가 아직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한번도 이루지 못했던 월드컵 4강이란 ‘신화’를 만들어 낸 태극전사들. 그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함께 라커룸에서 29일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3, 4위전을 위해 또다시 달릴 것을 다짐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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