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하필 저쪽 골대에서"…월드컵 후원사들 승부차기 명암

  • 입력 2002년 6월 26일 18시 29분


골대 뒤의 질레트 JVC 버드와이저 KT 등의 펜스광고판이 선명하다. [연합]
골대 뒤의 질레트 JVC 버드와이저 KT 등의 펜스광고판이 선명하다. [연합]
2002 한일월드컵 예선에서 8강전까지 두 차례 벌어진 승부차기를 놓고 경기를 벌인 팀들만큼이나 희비(喜悲)가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펜스광고를 하고 있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들의 임직원.

승부차기는 직접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물론 세계인의 시선이 한순간 고정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부차기가 진행될 골대는 추첨에 의해 선택되는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우연히도 모두 한쪽 골대만 ‘당첨’됐다.

22일 벌어진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서 양 팀은 연장전까지 합해 120여분간의 혈투를 벌이고도 승패를 가리지 못해 결국 승부차기에 나섰다.

피 말리는 승부차기를 할 골대가 정해지는 순간 질레트 JVC 후지필름 버드와이저 KT(옛 한국통신) 등은 쾌재를 불렀다. 반면 코카콜라 맥도날드 마스타카드 현대자동차 등은 소리 없는 탄식을 해야 했다. 질레트 펜스광고판 등이 승부차기 골대 뒤를, 코카콜라 등은 반대편 골대 뒤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

16일 아일랜드와 스페인이 치른 16강전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한-스페인전에서는 9명이, 아일랜드-스페인전에서는 10명이 승부차기에 나섰는데 매번 골키퍼 쪽으로 카메라를 잡은 시각은 5초가량. 따라서 이때 펜스광고가 노출된 시간은 모두 1분이 채 안 된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의 노출효과는 어마어마하다.

제일기획 매체팀 이행렬 차장은 “평상시 시청률이 가장 높은 일요일밤 주말극 시간대에 광고를 하면 15초당 1000만원 정도로 계산을 하지만 노출시간이 길어지면 15초에 4000만∼5000만원까지 뛰기도 한다”며 “월드컵처럼 전 세계인의 시선이 쏠리고 재방송 등을 통해 계속 반복되는 경기라면 그 효과는 추정하기 불가능할 만큼 크다”고 말했다.

JVC코리아 엄성호 부장은 “특히 한국과 스페인전은 거의 모든 한국인이 지켜봤기 때문에 한국시장에서도 회사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올랐을 것”이라며 “한국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유달리 코너킥이 많았던 이번 월드컵에서 코너킥 위치에 광고판을 세운 포털사이트 야후도 뛰어난 광고효과를 누린 것으로 추정됐다.

월드컵 조직위원회 이진한 해외사업부 과장은 “광고판의 위치는 가장 좋은 곳과 나쁜 곳을 패키지로 묶은 뒤 먼저 계약한 업체에 순서대로 선택권을 주고 있다”며 “어떤 위치를 선택해야 효과가 좋은지는 경기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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