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대회 직전 열린 잉글랜드, 프랑스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선전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예선에서 폴란드, 포르투갈을 차례차례 꺾었지만, 세계축구 강국들은 여러 이유를 내세우며 한국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폴란드는 평가전때 일본에게 완패한 팀이고 포르투갈은 미국에게도 패한 팀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선을 1위로 통과한 한국이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연장전 골든골로 누르고 극적 승리를 거뒀을때 세계는 그제서야 한국이 진정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은 강하다. 그러나 이러한 강인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히딩크 감독의 용병술? 힘든 경기를 치루면서 얻은 승리에 대한 자신감? 아니면 강화된 체력? 아마도 이 모든 것이 복합된 것이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나는 이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대회에서도 여러 나라 선수들과 감독들이 인상 깊은 말들을 남겼다. 웃음이 나오는 말도 따끔한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가장 멋진 말은 한국의 안정환 선수가 이탈리아전 다음날 남긴 말이 아닐까 한다.
안정환은 그 이름 앞에 항상 '꽃미남'이란 형용사가 붙을 정도로 핸섬한 외모를 지녀 인기다. 그는 이탈리아전에서 경기 초반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놓쳤다.
그런 그가 경기 다음날 TV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그 페널더킥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또 이렇게 덧붙였다.
"(플레이 하는 내내) 마음속에서 울고 있었다."
물론 그가 이렇게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이 역전승을 거뒀기 때문이며 연장전에서 골든골을 넣은 것이 그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꽃미남' 안정환의 얼굴은 환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를 놓쳤다고 어느 나라 선수가 경기 내내 '마음속에서 울면서' 플레이할까.
한국은 치명적인 실수를 한 선수가 '마음 속으로 울면서' 플레이하는 나라다. 이는 수십만명이 모여 비를 맞으면서도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거기서 그런 경이적인 후반 경기가 펼쳐진 것이다. 진취적이면서 끈기있는 한국의 투지를 이번 대회에서도 지탱한 것은 바로 '열정'이다.
일본에는 '마음속으로 울면서' 플레이하는 선수가 없다. 애당초 일본선수에겐 불가능한 일이다. 예를들어 속에서 끓어오르는 무언가가 있다해도 이를 몸 밖으로 표출시켜 표현하는 일이 없다.
또 빗속에서 수십만명이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일도 일본엔 없다. 어찌보면 선수들에게만 '열정'을 바라는 일도 잘못된 일이다.
마음 속에서 울었다는 안정환의 말은 멋지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퍼진다.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선수의 비장함이 엿보인다. 일본 선수들은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그 지평에서 멀어졌다. 그것은 일본인들이 이미 '속으론 울면서' 생활하는 일이 없어진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사히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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