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처음 개최되는 월드컵 대회에서 한국팀이 예상을 뛰어넘는 좋은 성적을 거둠에 따라, 프랑스에서도 한국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음을 실감한다.
유럽 대부분 지역이 거의 그렇듯, 프랑스에서도 동양이라 하면, 중국과 일본으로 요약된다. 동북아 문화권에서 한중일 삼국이 갖는 규모와 위상을 잘 따져보기도 전에, 이런 편중된 시각이 일반화된 까닭은 아마도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 시작될 무렵, 불행히도 한국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서양에 직접 노출되지 않은 ‘은둔(隱遁)의 나라’로 남았기 때문일 것이다. 서양의 관심은 주로 중국과 일본에 치우쳤고, 그 결과 그들이 받아들인 동양 문화는 중국과 일본이었으며, 한국은 오랫동안 잊혀진 나라가 되었다. 가끔 한국이 언급될 경우라도, 한국은 대부분 중국과 일본을 통해 굴절된 시각으로 투영되기 십상이었다.
한일 양국이 공동 개최하는 이번 월드컵도 대회 초반까지는 한국보다는 일본을 중심으로 소개된다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 축구의 선전이 계속되고, 특히 경기장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열광적으로 응원하는 한국 국민들의 모습이 이곳 언론에 소개되자, 프랑스인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한국 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파리 서점들의 동양서적코너에 진열된 서적들은 대부분 중국과 일본 관계 서적이다.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아직도 질과 양에 있어 크게 떨어지지만, 월드컵을 전후해 최근 선보인 한국관련 서적들의 약진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그중 한 권을 뽑는다면 카롤린 포스텔-비네의 ‘새로운 아시아의 중심, 한국(플라마리옹 출판사, 2002년 3월)’이란 책이다. 저자는 프랑스 CERII 정치학 국립학술재단의 동아시아 국제관계 전문가로, 94년과 97년에 두 권의 일본 연구서적을 발표한 후, 올해 본격적인 한국관련 연구저서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동북아 지역의 근대사를 출발점으로 삼아, 태평양전쟁 후 이 지역에 형성된 냉전구조 속에서 남북한 관계를 조명하고, 민주화와 세계화, 경제 위기와 극복 과정을 거쳐 변모하는 한국의 실상을 날카롭게 그려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을 중심으로 동북아 지역의 국제적 역학 관계를 분석하고 있는 이 책에 필자가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이 책이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 3국의 안내서’가 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무엇일까? 일반 프랑스인들에게 각인된 한국의 이미지라는 것이 있을 만큼, 과연 한국이 그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는 나라인지도 의심스럽다. 프랑스 언론에서는 ‘한국’에 수식어를 붙일 경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지금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표현만을 고집한다. 매우 시적이고 아름다운 비유이긴 하지만, 그 이미지가 왠지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못해 불만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한국 축구가 ‘강한 압박과 체력’이라는 구체적인 이미지로 전세계에 동양식 축구를 대변했듯이, 프랑스에서 한국 관련서적의 출판이 더욱 활기를 띠어, 다방면에서 ‘구체적인 한국의 이미지’가 확산되고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관’이 형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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