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강경파 도발론〓정부의 한 당국자는 사견을 전제로 “북한 최고위층의 입장에서도 서해교전은 엄청난 악재일 것이다”고 분석했다. 6월말로 막을 내릴 예정이던 ‘아리랑 축전’을 15일까지 연장하며 외국 관광객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긴장을 조성하는 것은 ‘자기 잔칫상을 스스로 엎어버리는 행위’라는 얘기였다.
이달 초 방북해 북측 고위인사들을 만난 한 재계인사도 “이번 사태가 북한 내 강경파의 중심세력인 빨치산 세대의 반발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지도부가 아리랑축전 이후 빨치산세대와 민족해방전쟁(6·25) 세대를 퇴진시키는 세대교체를 추진하려 한다는 얘기를 북측 고위인사로부터 들었다”며 “이들 구세대의 영향력이 큰 군부가 자구책의 일환으로 도발을 감행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 등이 이번 교전과 관련해 ‘아군(북한군)의 혁혁한 전과’라는 식으로 대국민 선전을 하지 않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관된 대남전술론〓반면 일부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런 심각한 도발에 대해 최고위층과 군부 강경파가 다른 입장일 것이라고 전제하는 것 자체가 북측의 의도에 놀아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즉 북한은 도발 자체를 일종의 대남전술 차원에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항구(李恒九) 통일연구회 회장은 “군부 강경파가 이런 엄청난 도발을 자의적으로 할 능력과 의사가 있다면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 체제가 지금까지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며 “어떤 형태로든 김 위원장의 뜻이 담기지 않고서는 이런 도발이 가능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