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교류 분단극복에 보탬될 것"

  • 입력 2002년 7월 1일 19시 17분


쿠르트 마주어(오른쪽)와 헬렌 황(가운데) - 이훈구기자
쿠르트 마주어(오른쪽)와 헬렌 황(가운데) - 이훈구기자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뛰어난 테크닉뿐만 아니라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은 수준 높은 악단입니다. 그동안의 행복한 예술적 경험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11년 동안의 뉴욕필 음악감독 생활을 마친 뒤 프랑스 국립교향악단 음악감독에 취임하는 독일 출신 지휘자 쿠르트 마주어(75)가 뉴욕필을 이끌고 1,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을 갖기 위해 내한했다. 이달 중 몇 군데의 여름음악제에서 소규모의 콘서트를 이끄는 것을 제외하면 서울 무대를 마지막으로 실질적인 뉴욕필 음악감독 생활을 마감하게 되는 마주어는 1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가진 회견에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해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내한했다가 첫날 공연을 마친 후 쓰러졌던 그는 이후 독일에서 신장이식수술을 받았다. 그는 “이식수술을 받은 뒤 새로 태어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말했다.

구 동독 민주화 과정의 정신적 지도자로서 한때 총리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그는 “94년뉴욕필을 이끌고 처음 내한했을 때 한국 통일에 대한 충고를 해달라는 질문을 받았다”며 “그때 ‘음악으로 교류를 이어나가면 갈라진 나라를 하나로 묶을 수 있다’고 밝혔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고 말했다.

마주어는 첫날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협연하는 중국계 피아니스트 헬렌 황(18)에 대해 “9세 때 뉴욕필의 오디션에서 우승, 처음 만나게 됐다. 어린 나이에 이미 기술적 예술적인 면 모두 완숙했던 탁월한 연주가”라며 격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이 패한 데 대해 “아쉽지 않다. 더 뛰어난 팀이 찬사를 받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뉴욕필이 그런 것처럼”이라고 말해 장내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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