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쓰러지면 벤치에서 가장 먼저 달려나가는 대표팀 소속 재활 트레이너 최주영씨(50·사진). 한국팀이 ‘4강 신화’를 이뤄내기까지는 그의 공이 적지 않다.
최씨의 역할은 경기 도중 부상한 선수를 치료하고 경기가 끝난 뒤에는 부상한 선수가 다음 경기에 나갈 수 있게 재활훈련을 돕는 것.
미국전에서 황선홍 선수의 눈 부위가 찢어지고 박지성 선수가 왼쪽 발목을 다쳤을 때, 이탈리아전에서 김태영 선수가 코뼈를 다쳤을 때, 이탈리아전에서 왼쪽 발목을 다친 김남일 선수가 스페인전에서 또 다쳐 경기 도중 교체됐을 때 그는 선수들 가족만큼이나 마음이 아팠다.
“선홍이가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데도 빨리 운동장에 들어가겠다고 해 진정시키느라 혼났습니다. 태영이는 코뼈가 부러진 걸 알았지만 못 뛸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심리적인 위축감을 주지 않기 위해 ‘괜찮다’고 안심시킨 뒤 다시 들여보냈죠.”
월드컵 기간에 겪었던 일을 얘기하는 최씨의 얼굴은 아직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듯 했다. 가장 기뻤던 때는 미국과의 경기에서 왼쪽 발목을 다친 박지성 선수가 다음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바로 그 다쳤던 왼발로 결승골을 터뜨렸을 때라고 말했다.
최씨는 1994년 대표팀에 들어온 대표팀 의료진의 터줏대감. 대표팀 사령탑이 아나톨리 비쇼베츠, 박종환, 차범근, 허정무 감독을 거쳐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 바뀌기까지 계속해서 대표팀을 지켜왔다.
10년 가까이 선수들을 지켜보다 보니 이젠 넘어지는 모습만 봐도 진짜 부상인지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아픈 척 하는지를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을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재활 트레이닝을 할 때는 혹독하게 선수들을 다그쳐 ‘지옥의 트레이너’로 불리지만 선수들의 개인 고민까지 해결해주는 맏형 노릇도 하고 있다.
“부상에서 회복된 선수들이 힘차게 뛰는 모습을 보는 보람으로 산다”는 최씨는 대표팀이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다시 소집될 때까지 인제대에서 ‘스포츠의학’을 강의한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