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나 주제는 ‘대학 경영 혁신과 새로운 리더십’이었지만 관심의 초점은 고교 졸업생 감소로 인한 대학의 학생 모집난에 모아졌다.
윤덕홍(尹德弘) 대구대 총장은 “지난 입시에서 미충원율이 50% 이하인 대학이 4, 5개나 됐고 70% 이하인 대학도 30∼40개나 됐다. 대학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로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 당국은 이 문제를 쉬쉬해 왔다. 하지만 대학가에는 ‘올해 문을 닫는 대학이 나온다’ ‘모 재단이 대학을 팔려고 내놓았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이상주(李相周) 교육부총리는 “나도 총장 때는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이제는 대학의 책무성을 묻고 싶다”며 대학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대교협은 세미나를 끝내면서 결의문을 채택했다. ‘대학자율화추진위원회’를 만들어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할 테니 정부도 지원을 늘려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율성은 자립 능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대학의 자율성과 정부 예산 지원을 연계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할 수도 있다.
“대학들 그동안 편했지요. 가만히 있어도 학생들을 배정해 주니 무슨 걱정이 있었겠어요. 지금 대학의 위기를 논하지만 어떻게 보면 교수들의 자리 걱정을 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 지방대 총장이 한 이 말은 음미해 볼 만하다. 외환위기 당시 대학들 사이에서 유사 학과나 학교간 통폐합 논의가 있었지만 성사된 게 거의 없다.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큰 원인이었다.
대학 위기는 대학이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아직도 큰 대학이나 작은 대학이나 똑같은 학과들을 백화점식으로 차려놓고 있다.
대학들은 지금 남의 탓을 하기에 앞서 생존을 위해 스스로 당장 무엇을 실천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인철기자 사회1부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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